획기적이라는 출산장려책, 현실성 없어
'자녀 수=돈'지속가능한 육아정책 못 돼

첫 아이를 낳은 때는 1994년, 내 나이 스물여덟 살이었다. 그때는 결혼하면 아이를 낳는 게 당연지사였다. 그래도 27년 전 자녀 계획은 2명이 끝이었다.

올해 스물일곱 살인 딸은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 직장인이 된 지 3년째인데, 하고 싶은 일도 더 배우고 사회 경력도 쌓고 승진도 하고 싶어 한다. 결혼 생각에 근접하지 않으니 출산 생각은 더더욱 요원하다. 딸은 "결혼하면 여자는 아이를 낳게 되고, 육아 휴직을 쓰면 경력 단절돼요. 20대 후반 30대 초반을 육아에만 전념하고 살 엄두가 안 나요"라고 말한다.

통계청의 '연도별 출생아수' 자료를 보면 1960년에 101만 535명으로 1925년 이후 최다 출생아수를 기록했다. 이후 현재까지 계속 출생아수가 감소했다. 처음 60만 명대로 줄어든 때는 1996년(69만 1226명)이다. 6년 후인 2002년(49만 2111명)엔 40만 명대, 2017년(35만 7771명)엔 30만 명대로 줄었다. 2020년엔 30만 명대를 유지하지 못하고 27만 명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이 때문인지 지자체들은 앞다퉈 출산장려금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가장 획기적인 정책은 창원시가 발표한 '결혼 드림론(Dream loan)'이다. 결혼 때 최대 1억 원을 저리로 대출해 주고, 첫째 자녀를 낳으면 이자 면제, 둘째 자녀 출생 때 대출 원금의 30%, 셋째 자녀 출생 시 전액 상환해주는 방안이다.

액수가 1억 원이니 논쟁이 뜨겁다. 나는 인구 감소 문제를 출산 장려 정책으로 해결하려는 데 비판적이다. 27년 전에도 자녀 둘로 끝맺음하는 가정이 많았는데, 1억 원을 위해 세 자녀를 출산하겠다는 2030세대는 몇 %나 될까.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결혼과 출산 이후에 여전히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가사 노동과 육아 부담, 경력 단절 문제,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말이다. 더욱이 사회가 돈을 주면서 2030세대에게 아이를 삶의 도구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은 적잖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이미 창녕 아동 학대 사건이 출산장려금 악용 사례를 증명해줬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출산장려금 지원이 아쉽게도 돈을 얻는 수단으로 자신이 낳을 아이를 활용하게 부추기는 건 아닐까. 오히려 사회가 육아와 아동 인권은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낳고 있는 건 아닐까.

서울에 사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딸아, 결혼 때 1억 원 대출했는데 아이를 셋 낳았을 때 1억 원을 모두 상환해준다고 하면 아이 셋 낳을 생각이 있어?" "무이자 대출도 아니고 당장 현실성이 없어요. 1명 육아 비용이 한 달에 250만 원(1년 3000만 원)가량 드는데, 충당할 만한 지원금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요즘 저금리시대인데 셋째 아이 낳을 때까지 빚을 갖고 있으려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잠깐 빌렸다가 일시에 상환하고 싶죠. 빚을 지게 해서 그것을 갚아주는 것보다 현금으로 바로 지원해주는 정책이 낫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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