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나비 전설 주민 구심 삼아 벽화·조형물 활용해 경관 개선
이웃 아이디어 주민 함께 실현…지역공동체 더 돈독하게 만들어

영남루가 있는 밀양시 내일동은 인구가 줄어드는 원도심지역이다. 아리랑전통시장 등 70% 이상이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점점 밀리는 상권을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내일동주민자치위원회 강창오 위원이 아이디어를 냈다. "아랑전설을 이용하자. 비명에 간 아랑이 '노란 나비'로 환생해 원수를 갚았다. 통영 동피랑 벽화처럼 아랑나비를 내일동 상징으로 만들자!"

아랑나비라니? 아랑 전설을 잠깐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밀양부사의 딸인 아랑은 어느 날 밤 '통인(通引·부사의 수하에 해당하는 직급)'에게 겁탈당할 위기에서 항거하다 칼에 맞아 죽었다. 딸의 실종에 낙담한 부사는 벼슬을 사직했고, 그뒤 신임 부사들마다 부임 첫날밤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상사(李上舍)라는 담이 큰 신임 부사가 부임 첫날밤 나타난 아랑의 원혼에게 억울한 죽음을 듣고 원한을 풀어주기로 약속했다. 어떻게? 내일 조회를 하면 노란 나비가 되어 저를 죽인 자에게 앉겠다는 아랑과 약속하고 끝내 범인을 잡아낸 것이다.' - 영남루 아래 아랑각.

▲ 2019년 밀양시민의날 가두행진 때 내일동 주민들이 아랑나비 무늬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비를 흉내내는 동작까지 개발해 가두행진 분위기를 압도했다. /밀양시 내일동주민자치위원회
▲ 2019년 밀양시민의날 가두행진 때 내일동 주민들이 아랑나비 무늬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비를 흉내내는 동작까지 개발해 가두행진 분위기를 압도했다. /밀양시 내일동주민자치위원회

강창오 위원의 기발한 착상에 이수구 위원장 등 주민자치위원들이 적극 호응했다. "좋다. 해보자!"

내일동주민자치위원회가 2019년 5월부터 동행정복지센터와 협력해 '스토리가 있는 아랑나비거리 조성사업'을 시작하자, 밀양시가 재정지원까지 했다. 그렇게 지난해 10월까지 영남루 일원과 내일7통은 아랑나비 전시장이 됐다.

우선, 밀양관아와 영남루 다리에 나비 조형물 LED가로등을 설치했다. 영남루 입구에는 나비모양 조명시설과 꽃시계 나비 조형물도 만들었다. 밀양교∼투썸플레이스 제방변에는 아랑나비 가로등 LED 조명을 설치했다. 특히 밤 분위기가 한껏 살아났다.

노란 나비는 내일동 골목 곳곳에 침투했다. 내일5통 신화아파트 벽에는 60㎡ 크기로 나비 벽화타일을 붙였다. 내일1통과 5통 150가구 주민들은 아랑나비 문패도 내걸었다. 내일7통 130가구는 아랑나비 우편함도 대문에 붙였다.

▲ 이수구 밀양 내일동주민자치위원장이 내일5통 신화아파트 벽에 울긋불긋 나비 모양을 타일로 수놓은 아랑나비벽을 소개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 이수구 밀양 내일동주민자치위원장이 내일5통 신화아파트 벽에 울긋불긋 나비 모양을 타일로 수놓은 아랑나비벽을 소개하고 있다. /이일균 기자

2019년 밀양시민의 날 가두행진 때는 내일동 주민들이 신이 났다. 아랑나비 무늬로 옷을 만들어 입고, 나비를 흉내내는 동작까지 개발해 가두행진 분위기를 압도했다.

"동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어요! 동네사람들 기분도 업되고!" 이수구 위원장이 이 사업 성과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아랑나비 사업은 우리가 흔히 아는 영남루나 관아, 밀양교처럼 내일동 상징지역만 바꾼 것이 아니다. 이수구 위원장이 골목골목을 돌고돌아 한참이나 높은 지대에 있는 내일5통 신화아파트까지 기자를 데리고 갔다. 그곳엔, 예전 삭막한 시멘트벽을 깔끔한 타일로 울긋불긋 나비 모양을 수놓은 아랑나비벽이 있었다.

아랑나비가 내일동 구석구석까지 날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지역공동체라는 게 따로 있습니까? 주민이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추진하고, 이렇게 동네 구석구석까지 성과를 함께 나누면, 그게 지역공동체 아니겠습니까?"

내일동주민자치위원회는 앞으로 아랑나비거리를 '지역공동체 회복'의 지렛대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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