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익 앞에선 여야 뭉치는 부산·인천 등과 대조
신공항·남부내륙철도 등 사업마다 딴 목소리 내기도

표심을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지역구 현안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지역구를 합치거나 쪼개 기초·광역의원,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도 지역 발전을 통한 국가 발전을 꾀하기 위함이다. 이와 동시에 광역의원과 국회의원의 고민은 경남 전체, 국가 전체를 중심에 둬야 하지만 도내 정치권은 자신의 지역구 현안 외에는 뒷짐 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남 균형 발전의 큰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서로 도와 함께 존재하는' 공존의 뜻을 가슴에 새겨야 하는 2021년이다.

◇항공정비사업 제동에 '사천'만 안달 = 지난해 6월 인천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면서 인천과 경남이 맞서는 모양새가 됐다. 이 안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남도는 사천시·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함께 2017년 정부지원 항공정비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도와 시는 2023년까지 각각 600억·900억 원을 투자해 '항공MRO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KIA를 포함한 7개 기업이 자본금을 투자해 정부지원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한국항공서비스주식회사(KAEMS)'를 설립하는 등 정부 항공정비산업에 발맞추고 있다.

국민의힘 하영제(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은 "사천시에 항공 MRO 전문산단을 조성 중인데 인천으로 분산되면 중복 투자가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천 정계는 오히려 "인천공항 발전에 경남이 또 발목을 잡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경남 정치권에서는 하영제 의원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사천시의회와 경남도의회도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반대 대정부 건의안'을 전달하는 등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작 법안을 다루는 도내 국회의원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다. 사천시와 인접한 진주지역 국회의원만이 옆에서 거드는 모양새다.

박정열(국민의힘·사천1)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인천공항공사법 개정안 상정이 보류됐지만, 인천 국회의원들이 1월 또 상정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항공 관련 업체의 67%가 사천에 있고 창원, 부산에도 집약돼 있어 경남·부산 전체가 사활을 걸어야 할 문제지만, 정치권 대응이 아쉽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경남 공동 이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정부에 반영되도록 올해는 정치권에서 같이 노력해달라"고 했다.

◇인구·재정·발전 속도 다른 경남의 한계? = 도시·농촌 복합지역인 데다 면적이 넓은 경남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규모의 경제'에서 차이가 크다. 경남 안에서도 서부경남은 '낙후 소외감'을 느끼고 있고, 창원시 안에서도 통합 이후 '우리'라는 감정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단일 도시권인 부산·인천시는 생활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아 공동체 대립 요소가 있더라도 현안에 똘똘 뭉칠 수 있다면, 도내 18개 시군은 인구·재정 규모, 재원, 발전 속도 격차가 커 정서적 기반이 다르고 이해가 상충하기도 한다.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가 밀양, 김해공항, 부산 가덕도로 바뀌면서 시군 이해관계에 따라 경남에서는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북 김천~거제(172㎞)를 잇는 남부내륙고속철도 사업 추진도 지역마다 의견을 달리했다. 창원시가 창원권을 아우르는 노선 변경을 건의하자, 진주시를 비롯한 서부 경남, 고성·통영·거제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취지대로 조기 착공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맞섰다. 이는 지난해 10월 창원시가 남부내륙철도와 관련해 더는 '직선화 노선'을 요구하지 않고 진주시를 지나는 기존 노선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지역 갈등이 발생하면 사업 추진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영남권 신공항 추진 18년의 역사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

석영철 경남민생연구소 새미 대표는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일부 정치적 이해 욕망을 수단화하는 모습도 보인다"며 "행정과 국가정책 사안은 경남 전체를 놓고 조율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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