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토론회서 지적 쏟아져
"자가격리 용품 쓰기 어려워"
"방문진료 중단 절대 안 돼"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장애인 생존권을 지키려면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방문 돌봄 진료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남장애인인권포럼은 15일 오후 2시 '코로나19와 장애인의 생활환경'을 주제로 온라인 좌담회를 열었다.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이 사회를 맡았고, 패널 3명을 비롯해 도민 28명이 온라인 플랫폼 '줌'을 통해 좌담회에 참여했다.

◇자가격리 중 취사는 불가능 = 김시형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환지원 1팀장은 올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때 장애인으로서 직접 자가격리를 해본 경험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우선, 장애인 자가격리자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비상식량 중 취사 과정이 필요한 쌀이나 라면 등은 먹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불을 쓰다 자칫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설거지·청소 등 기본적인 생활도 어려웠다. 김 씨는 "소속된 기관 직원들이 방호복을 입고 와 도와줘 겨우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장애인들 의료지원· 돌봄체계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당시 대구시 사회복지기관들이 모두 문을 닫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온전히 가족들에게 전가됐다"며 "극단적 선택을 하는 장애인 가족도, 제대로 된 의료적 처치를 못 받아 집 안에서 숨진 장애인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김 팀장은 코로나19 속 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장애인 맞춤형 생활치료시설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한시적 확대 등을 제안했다.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지침' 있으나 마나 =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내놓은 '장애인 대상 감염병 대응 지침(매뉴얼)'에 관한 지적도 제기됐다. 지침에는 △의료지원 강화 △돌봄공백 방지 △주요 시설 대응체계 등 내용이 담겼다.

김영수 경남공공보건의료지원단 책임연구원은 "청도 대남병원 확진 사태 이후 전국 장애인단체가 강력히 대응책을 요구한 지 넉 달이 지나고서야 지침이 만들어졌다"면서 "생존 기로에 놓인 장애인 처지를 고려하면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정보 접근성 문제도 짚었다. 지침이나 행동요령을 장애인들에게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영국은 코로나·장애·영국 세 단어로만 검색해도 도움 요청방법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누리집을 금방 찾을 수 있지만, 한국은 중앙에서 내려온 지침을 단순 배포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지침이 잘 작동하는지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감을 느끼고 살펴야 하며, 만약 미진하면 여러 사회단체가 감시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필수의료 역시 감염병 대응만큼 중요한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단되는 실정"이라며 "특히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방문 돌봄 진료는 그냥 의료가 아니라 '필수의료'이기 때문에 절대 중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운자 경남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다른 지침은 매일 내려오는데, 장애인 지침은 내려오지 않아 문의했더니, 구청 담당자도 잘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알고 보니 의료기관에는 보냈지만, 현장 복지시설·기관에는 보내지 않았던 것"이라며 "만들어 놓고 이용할 수 없다면 있으나 마나 한 지침에 불과하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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