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 연수 탓 방역 구멍 들끓는 시민
주민 삶 막대한 피해, 수습에 매진해야

이통장단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일주일은 진주시민들에게 굴욕의 시간이었다. 믿었던 공무원들이 오히려 이통장단을 인솔하고 예산까지 지원해 준 것이 알려지면서 뒤통수를 맞았고, 시장과 70여 명의 공무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의회까지 문을 닫는 상황을 지켜봤다. 이통장단 관련 확진자가 진주뿐 아니라 제주·군산 등 외지에서도 발생하면서 어디 가서 진주 사람이라고 말도 못하는 지경에 빠졌고, 인근 시군에서는 기피 대상이 됐다.

나름 잘 버티던 방역 체계는 일순간에 무너졌고, 비난의 화살은 진주시와 시장을 향했다. 진주시청 홈페이지 '진주시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시민의 분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장님 덕분에 무기한 휴무합니다, 이젠 정말 힘이 드네요, 구상권 청구해주세요, 행정당국의 무사안일 때문인 피해, 시장님 사퇴하세요 등등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고, 올린 글 대부분이 실명이라는 점에 시민의 분노 정도를 알 수 있다.

특히 진주시를 조롱하는 '그네들에게'라는 글귀는 압권이다. '그네들 제주 푸른 바다 보며 탄성 지를 때 난전의 엄니들 쌓여 있는 푸성귀 바라보며 한숨 내쉬네/그네들 아가씨 고운 손에 몸을 맡겨 마사지 받을 때 가장이란 짐 짊어진 우리 아부지 생선박스 옮기며 허리 한번 못 펴보네/자가격리하며 일 안 해도 월급 나오니 하루하루 쉬는 날마다 쌓여가는 적자의 부담을 알기나 하나/그네들 제주 가던 비행기값 술값 모두 어느 손에서 나온건지 알기나 할까/그네들 하는 짓에 오늘도 한숨만 늘어가네.'

진주시장이 사과문을 냈지만 "명절 인사 때 조규일 시장 이름으로 진주시내를 도배를 하더니 사과문에는 이름이 빠졌다"며 질책으로 돌아왔고, 사과문에 아무런 대책도 없고 진정성도 없다며 '사과문 제대로 쓰는 법'을 올려 조롱하는 시민도 있다.

이 때문에 행정 신뢰도는 바닥이 됐고, 시청에서 보내는 안전문자까지 믿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확진자가 스스로 동선을 공개하는 '웃픈' 상황도 연출했다.

1단계이던 거리 두기가 중간단계도 없이 갑자기 2단계로 격상되면서 시민의 삶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빠졌다. 위기감에 시민들은 외출도 삼가고 있다. 더 큰 걱정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치인과 정당을 중심으로 긴급재난지원금 논의가 나오고 있다. 한 시민단체는 SNS에 피해자들의 방을 개설한데 이어 '시장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도 검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자승자박 수원수구란 말이 있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구속되어 괴로움을 당하게 됐는데 누굴 원망하고 누굴 탓하겠는가라는 말이다. 지금의 진주시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다행히 확산세는 주춤하다. 이번 일을 자초한 시는 비난을 수용하고 더는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습책 마련에 매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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