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고추같은 부재료 값 강세
고된 노동 기피에 완성품 선호
사회적 거리 두기 지속 등 영향

1포기에 1만 원까지 치솟았던 배춧값이 안정권에 들어섰음에도 김장을 담그는 대신 김치를 사 먹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럿이 모이기 꺼리는 코로나19 여파, 1∼2인 가구 증가, 부재료 값 강세, 고된 노동 기피, 시중에 나오는 완성 김치를 선호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다.

무·배춧값은 싸졌지만 고춧가루 등 부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전체적인 김장재료 구입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높아졌다. 지난 11일 농산물유통정보에서 발표한 김장재료 구입비용(4인 가족·20포기 기준)은 총 29만 8565원이다. 전주(4일 기준·30만 9130원)보다 비용은 낮아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28만 9648원)보다는 1만 원가량 높다. 무·배춧값이 떨어졌대도 가격 부담은 여전한 셈이다.

게다가 매년 이맘때 온 가족이 모여 김장하던 문화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올해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에 소규모 김장 꾸러미를 구매하거나 아예 김치를 사 먹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통영시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시댁에서 하는 김장은 양이 많기에 노동강도가 너무 세다. 올해는 사회적 거리 두기 명목으로 우리 가족은 김장을 건너뛰기로 했다. 가족 구성원도 적기 때문에 앞으로는 편리와 가성비를 따져 포장김치를 사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치 전문 판매 브랜드 '종가집'이 지난달 19∼23일 주부 2845명을 대상으로 '올해 김장 계획'을 조사한 결과 56.2%가 김장 포기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p 높아진 것이다. 김장을 포기한다는 주부 중 '포장김치를 사 먹겠다'는 답변은 62.6%로 지난해보다 4.6%p 뛰었다.

유통업계는 김장 포기 추세에 맞춰 포장김치를 판매하거나 소규모 김장 꾸러미 등을 내놓는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홈플러스는 25일까지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가구)'을 위해 포장김치 등을 할인가에 내놓는다. 편의점업계는 1인 가구를 위한 3.2㎏ 소용량 김장 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경남지역 대형마트, 김치공장에 따르면 포장김치 판매량은 늘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도내 포장김치 이달 1∼15일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증가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아직까지 경남지역의 경우 본격 김장 시기가 아니라 판매량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매년 김장 시기마다 포장김치 판매량은 상승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창원시 진해구 웅천농협 김치가공공장은 무·배춧값이 상승한 8~9월의 김치 가격은 평년보다 뛰었지만 수요는 줄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장 관계자는 "무·배춧값이 뛴 시기에 김치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렸지만 구매량이 줄진 않았다"며 "올해 김치 판매량은 수출 호조와 더불어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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