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아마도책방 대표 박수진 씨
현실적 어려움과 따뜻한 일상 엮어

남해군 삼동면 지족마을 구거리에 있는 아마도책방은 2018년 3월 17일 문을 연 시골 동네책방이다. 지금은 외지인에게도 꽤 많이 알려진 곳이다. 몇 년 전인가 처음 갔을 때 여기까지 누가 찾아올까 싶었는데, 웬걸 드문드문하긴 해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어떨 때는 책방이 비좁을 만큼 북적였다.

아마도책방 대표 박수진 씨는 4년 전 여행자로 남해를 찾았다가 그대로 정착했다. 책방을 운영한 지는 이제 3년 차. 그런 그가 어느 날 크라우드펀딩으로 책을 만든다고 했다.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느냐 하시면 아마도책방이겠지요>라는 긴 제목이다. 펀딩을 연 지 4시간 만에 예정금액을 모두 채웠다. 결국엔 예정금액 370%로 펀딩을 끝내고 성공적으로 책을 낼 수 있었다. 수진 씨로서는 지난해 <남해 필름 사진집>에 이어 두 번째 독립출판물이다. 이번 책은 그가 책방을 운영하며 들었던 '어쩌다 남해까지 오게 되었는지', '책방 이름은 왜 그렇게 지었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면 좋은지', '고양이는 언제부터 키웠는지' 같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왜 월급 많이 주던 건설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했고, 그러다 어떻게 남해로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직접 읽어보자. 여기서는 시골 책방 지기의 현실적인 일상과 책방을 운영하는 그의 마음을 잠깐 들여다 보면 충분하겠다. 예를 들어 시골 책방 주인으로 수진 씨의 일상이 담긴 부분을 보자.

▲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느냐 하시면 아마도책방이겠지요〉박수진 지음
▲ <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느냐 하시면 아마도책방이겠지요〉박수진 지음

"책방에 손님이 있어도 택배 마감 시간이 가까워져 오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금방 올게요, 책 보고 계세요, 하고 손님께 책방을 맡기고 볼일을 보고 오는 것. (중략) 손님께 사은품을 못 챙겨 드린 게 나중에야 생각나서 버선발로 뛰쳐나갔다가 죄송한 마음과 함께 터덜터덜 돌아오는 것. 버스 시간을 물어본 여행자가 책을 품에 안고 나가 잰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을 향하면, 나도 덩달아 긴장해 안 놓치고 잘 탔으려나 싶어 그 버스가 지나갈 때까지 문 앞을 서성이며 밖을 기웃거리게 되는 것." (23쪽)

하지만, 마냥 따뜻한 분위기지만 책방 운영은 지독한 현실이다. '여기 있으면 숨만 쉬어도 좋을 것 같다'는 어느 손님의 말에 대한 수진 씨의 속마음도 들여다보자.

"숨만 쉬어도 좋을 것 같은 적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숨만 쉰다고 저와 고양이의 끼니를 챙기고 공과금을 내고 책을 주문할 돈이 나오진 않더라고요. 출근해서 숨만 쉬고 있어도 돈 주는 곳이 있다면 그곳으로 이직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짜 책방을 하고 싶은 분들은 이런 말 안 하시던데…, 책방 하고 싶으시면 한번 해보세요. (씨익)" (25쪽)

현실은 팍팍하지만, 수진 씨의 마음마저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수진 씨가 지금까지 버티는 이유일 테다.

▲ 고양이가 아마도책방 한편에 앉아 있다. /박수진
▲ 고양이가 아마도책방 한편에 앉아 있다. /박수진

이 외에도 책에는 반려묘 '바람이'를 키우는 이야기, 아름다운 남해 이야기, 인간관계와 시골생활의 현실적인 부분도 담겨 있다. 수진 씨가 필름 카메라로 담은 책방과 남해 풍경은 덤이다.

책을 읽고 있으니 책방을 찾을 때마다 안쪽 커튼 뒤편 작업실에서 타다다닥, 하고 들리던 수진 씨의 타자기 소리가 떠오른다. 자음과 모음을 한땀 한땀 채워 책 소개를 써내려가는 그 정성과 고집 같은 게 책에도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남해에는 왜 왔냐, 책방 하면 좋냐, 물어보는 분이 여전히 있겠지요. 이제는 그때마다 이 책을 강력히 들이밀어 보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그래도 아직 저는 시골에 더 가까운 사람이니, ( 이 책의 초판을 다 팔 때까지는) 여기서 좀 더 지내며 책방을 지키겠습니다." (159쪽) 아마도책방 펴냄. 174쪽. 1만 3000원.

*책 구입 관련 자세한 내용은 아마도책방 SNS나 네이버 아마도책방 온라인 스토어 참조.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