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응원 기관·단체장 사진
얼굴 알리기 말고 어떤 의미 있을까

몇 년 전 양동이에 담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연예인, 운동선수 등 사회 각계각층을 파고들며 이어졌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루게릭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작됐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으로 물리학자 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앓았던 병이다.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참가자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후 다음 참가자 3명을 지명한다. 그 장면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촬영해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린다.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이유는 차가운 얼음물이 닿을 때의 오싹한 고통을 통해 근육이 수축하는 루게릭병의 고통을 잠시나마 함께 느껴보자는 취지였다. 유쾌한 표정으로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것이 마치 놀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기부 활성화와 환자 아픔 공감,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 이끌어내기라는 목적과 선한 영향력을 가진 도전이었다. 지난달 외신들은 그 성과로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 병원 소속 연구진이 아이스버킷 챌린지로 마련된 연구비로 루게릭병 진행을 획기적으로 늦추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무언가 도전을 하고, 다른 세 사람을 지명해 도전을 이어가게 하는 방식의 캠페인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 이후 우리 사회에서 종종 나타났다. 주제는 다양했다. 화훼 농가 매출이 급감하면서 꽃 구매를 이어가자는 캠페인도 있었고, 책 소개를 이어가는 캠페인도 있었다. 최근에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나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이를 운동으로 예방하자는 취지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는 캠페인도 등장했다. 역시 다음 주자 3명을 지명해 도전을 이어가는 형식이다. 모두 공익이나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일에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다른 사람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는 활동이다.

요즘 정치인이나 기업·단체 대표가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보도자료와 기사가 많이 나온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무슨 뜻인지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스테이 스트롱 캠페인'. 외교부가 시작했다는 이 캠페인은 코로나19 극복과 조기 종식을 응원하는 것으로, 코로나19 극복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든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고 다음 참여자 세 명을 지목하는 방식이다. 일반인보다는 각 기관·단체장이 많이 참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어야 한다는 것은 유치원생도 알고 있다.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일을 '높으신 분'들이 인증샷까지 찍어서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일까. 그리고 참여자들은 직원이 예쁘게 만들어준 팻말 들고 잠시 사진 찍는 것 말고 무슨 노력을 했을까. 우리말로 옮기기도 쉽지 않은 이 캠페인이 본인 얼굴 알리기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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