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간 매개 고리 성서마을
단체 네트워크 동구 안심마을
주민 공통 관심사 관계망 형성
도시 속 마을운동 가능성 보여줘

매주 금요일 주민자치회와 만납니다!

지방분권의 법적·제도적 진전은 더딥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으로 생활단위의 지방분권 기초와 주체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법과 제도의 진전이 지방분권의 목적이 아닙니다. 지방분권 그 자체도 목적이 아닙니다. 결국 주민들이 생활환경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간 지방분권운동은 법·제도 개선 중심이었습니다. 복지·문화·환경자치 등 생활자치 운동으로 확대되지 못했습니다. 생활자치를 실천하는 전국의 주민자치회 현장을 취재합니다.

▲ 대구시 달서구 성서지역 와룡배움터를 중심으로 한 성서넷 주민들은 코로나19 와중에 마스크를 만들고 음식꾸러미를 만들었다. /와룡배움터
▲ 대구시 달서구 성서지역 와룡배움터를 중심으로 한 성서넷 주민들은 코로나19 와중에 마스크를 만들고 음식꾸러미를 만들었다. /와룡배움터

코로나19가 지난 2월 말 대구에서 급격히 확산됐다는 사실을 알 뿐, 우리는 그 속에서 일어난 일은 모른다.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이하 대구시마을센터) 김영숙 센터장이 이런 말을 했다. "성서에서, 안심에서 마스크를 만들고, 아이들을 위해 간식꾸러미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대구가 공동체라는 걸 실감했다." "팬데믹상황을 거치면서 대구시민들이 친밀한 신뢰감으로 사회관계망을 형성해가고 있다. 비대면이 정답은 아니다. 친밀한 신뢰관계 속의 대면활동이 오히려 사회적 안전망이 된다." '도시 속의 마을운동' 가능성을 비친 것인데, 오늘 대구의 성서, 안심마을 현장을 찾았다.

지난달 23일 성서넷 구심점 역할을 하는 '와룡배움터'를 방문했을 때에도 이분들은 마을, 마을공동체, 마을활동가라는 말을 예사로 썼다.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용산동 신당동 등 성서공단 배후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성서단역네트워크(성서넷)'를 만들었고, 이들의 공유공간이 와룡배움터다. 배움터 조은정 대표 등 회원들과 대화했다.

"마을활동가라는 말이 굉장히 익숙하시네요?" "어색한가요? 우린 너무 익숙해서. 배움터가 벌써 17년째예요. 공동체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하죠." "어떤 분들이 마을활동가예요? 몇 분 정도 돼요?" "여기 회원들은 다들 활동가죠. 성서넷 8개 단체에 40~50명 정도요." "여기서 마을은 범위가 어디까지예요? 주민들도 마을, 마을 그래요?" "배움터 주변으로 걸어서 10분, 15분 정도? 성서넷이 그 안에 다 있어요."

이곳 와룡배움터는 '마을공유공간'이다. 2004년에 이 동네 아줌마들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성서학부모회'를 만들었고, '방과후교실' 역할을 하고, 도서관 만들기를 하면서 2015년 와룡배움터로 이름을 바꿨다. 지금은 주민들 먹거리운동(아이쿱생협, 반찬가게 '우렁이밥상')까지 한다.

"'마을공유공간'이란 게 뭐죠?" "그냥 마을 사람들이 편하게 모이는 곳이에요. 와룡배움터가 대구마을센터 선정 마을공유공간 1호이고, 모두 8개가 만들어졌어요."

이곳 40~50명의 마을활동가들은 배움터 회원 350여 명, 우렁이밥상 회원 2200여 명과 교류한다. "매개 고리가 뭐예요?" "이곳 배움터 공간이죠. 2015년 대구마을센터가 만들어진 후에 배움터 활동이 체계화됐어요. 교육을 통해 마을공동체 개념과 이론을 정립하게 됐고, 활동도 평생연령층으로 확대됐어요."

조은정 대표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2016년 '마을비전찾기'를 꼽았다. 비전을 찾는 데 6개월 동안 300만 원을 썼다.

"그때 설문조사를 했는데, 중년층 대상 '인생2모작 강좌' 요구가 많았어요. 매주 화요일 학습회도 했는데, 지금도 계속해요."

그렇게 마련한 성서마을 비전이 '마을 평생교육공동체 실현'이다. 또, 원래 하고 싶었던 '범위가 더 좁아지는 공동체모임'을 이곳처럼 대구시내 모든 동네마다 하는 것도 비전이다.

안심마을의 범위는 대구시 동구 안심1~4동과 혁신동으로, 옛날엔 반야월이라고 했다. 대구의 동쪽 끝인데, 1981년 대구시 편입 당시 연탄공장과 작은 규모의 산단에 서민과 빈민, 장애인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대구세계육상대회 등으로 아파트가 급증했다.

2006년 마을도서관 '아띠'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 안심마을 이야기는 김영숙 대구마을센터장에게 먼저 들었다. 도시지역 마을운동의 출발점인 '자기 필요성'으로 모인 사람들. 앞서 '성서넷'처럼 여러 단체의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안심마을사람들' 박인규 운영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안심마을 강점을 '협동조합'이라고 했다.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이 생겼어요. 5인 이상이면 법인격을 부여했는데, 협동조합 가치가 지역공동체 활동과 맞아떨어졌어요. '좋다. 하고 싶은 걸 해보자.' 그걸 협동조합으로 실천했어요. 5명부터 500명 넘는 협동조합이 있어요. "

▲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도서관 '아띠' 앞에 선 박인규 안심마을사람들 운영위원장.  /이일균 기자
▲ 대구시 동구 안심마을도서관 '아띠' 앞에 선 박인규 안심마을사람들 운영위원장. /이일균 기자

"그렇게 연결된 관계망을 마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일정하게 상호작용하시는 분들이 주민이 됐죠. 주로 비영리단체나 협동조합, 복지단체, 복지기관을 매개로 연결된 분들이 작년에 '인권·자치·협동을 지향하는 안심마을사람들'을 만들었어요. 25개 단체가 있어요."

그런데, 그런 일반적 현상, 정서로 안심마을 같은 성과를 다른 도시에서 거둘 수 있을까? 이야기가 너무 밋밋하다.

"여기는 발달장애인이 많아요. 부모들이 그런 자녀를 데리고 이사를 오는 경우도 많죠. 도서관이나 방과후학교, 협동조합에 발달장애 청년들이 한 분 이상 있어요. 제일 처음 생긴 게 사회적협동조합 '동행', '안심협동조합' 같은 건데 다 그래요. 그걸 보고 부모들, 시민들이 오시고, 다른 단체로 확대됐어요."

"협동조합이 잘 망하는데, 여기는 잘 안 망해요. 유지만 하면 되는 거예요. 남으면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금도 마을축제나 모임은 행정 지원 없이 우리 힘으로 해요."

박인규 운영위원장은 "지리적 접점을 갖고, 서로 관계가 형성된 사람들의 관계망이 도시에서 마을이 된다"고 확신했다. 관계망이 형성되는 순간 즉, 주민이 '모이는' 순간 마을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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