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교수, 경남 사회혁신포럼서 '한 뿌리'강조
정치세력 이익 따른 항쟁 가치 폄하·왜곡 지적

"부마항쟁과 5·18민주항쟁이 그동안 왜 같이 가지 못했을까? 결국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이 갈라섰기 때문이다."

부마항쟁과 5·18민주항쟁의 역사적 연결 고리를 찾고, 함께 계승해 나가자는 취지의 자리가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두 항쟁 단절 배경을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에서 찾았다. 또한 부마항쟁이 한동안 부각되지 못한 이유는 'YS의 3당 합당' 때문으로 해석했다.

경남도는 21일 오전 도청 대회의실에서 '제2회 경남 사회혁신 국제포럼' 3일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부마항쟁과 5·18민주항쟁'을 다뤘다. '부마와 광주, 기억·계승·참여'를 주제로 한 강연·토론 자리였다.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놀라운 붕괴, 거룩한 좌절'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한 교수는 우선 항쟁 연속성에 대해 "부마가 광주를 낳았고, 광주는 또 6월항쟁을 낳았다"며 "이후 유신 세력의 재집권을 허용했던 한국 민주주의는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촛불과 탄핵을 통해 새 전기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항쟁 과정에서 YS·DJ의 의미도 되짚었다. 한 교수는 "김영삼 의원직 제명과 김대중 구속은 부마항쟁과 5·18민주항쟁 발발에서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건 비현실적인 태도"라며 "자기 지역이 배출한 유력 정치인의 운명에 민감하게 반응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21일 오전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놀라운 붕괴, 거룩한 좌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경남도
▲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가 21일 오전 경남도청 대회의실에서 '놀라운 붕괴, 거룩한 좌절'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경남도

또한 한 교수는 "부마와 광주가 같이 가지 못한 결정적 계기는 김대중·김영삼 두 사람이 1987년 갈라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후 부마항쟁이 잊히게 된 이유에 대해 '제사 지내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한 교수는 "김영삼이 1990년 3당 합당으로 항쟁 대상과 손을 잡았다"며 "자기들과 싸웠던 사람과 손을 잡았으니 부마항쟁을 제대로 기억하기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설동일 (재)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상임이사도 이후 토론 자리에서 "김영삼의 3당 합당 선택은 부마민주항쟁에 대한 부산·경남 시민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고, 그 위상마저 흔들리게 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설 이사는 "부산·경남을 장악한 정치 세력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부마항쟁 가치를 깎아내리고 실상을 왜곡해 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도지사도 이날 자리에 참석해 '부마와 광주는 한 뿌리, 한 형제'라고 표현했다.

김 지사는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후 경남·부산 당선자들이 광주 묘역을 찾았다"며 "이때 내가 '부마와 광주는 한 뿌리, 한 형제'라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영화 <리멤버 부마> 내용 한 토막도 꺼냈다. 김 지사는 "다큐에서 부마항쟁 참여자가 '그때 우리가 조금만 더 목숨 걸고 열심히 싸웠으면 광주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게 늘 한이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마·광주와 같은 좌절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됐다"며 "이제는 지역 간 연대를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생활 속 민주주의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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