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유불리 따라 투표방식 선택
관행을 핑계 삼아 책임 회피해선 안돼

'진주시 공무직·청원경찰 채용 비리 의혹에 관한 행정사무조사 발의의 건'에 대해 진주시의회는 두 차례 투표를 했다. 지난 16일에는 기명 투표를, 지난달 21일엔 무기명 투표로 했다. 같은 건을 두고 다른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1차 이후 기명 투표 요구가 있었지만 표 단속과 유불리를 따져서 다른 방식을 택했다고 본다.

진주시의회에서 기명 투표냐 무기명 투표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6일 임시회 때 제상희 의원은 5분 자유발언에서 "지금까지(8대) 본회의장에서 이뤄졌던 표결 방법은 선거 외에는 모두 무기명 투표였고, 심지어 표결에 앞서 기명 투표를 제안해야만 했다"며 "현행 회의 규칙에 기명·무기명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굳이 기명 투표를 요구해야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제 의원의 말대로 역대 진주시의회 투표를 살펴보면 애매한(?) 사안은 대부분 무기명 투표로 처리했다. 기명 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결과는 무기명이었다. 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의원들의 심리가 무기명 투표를 선호하게 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난해 경남도의회와 18개 시군 중 표결 실명제 도입을 확인한 결과, 도입한 곳은 도의회와 창원시의회 등 5곳뿐이었다. 나머지 14개 시군은 여전히 무기록(무기명) 투표를 고수하고 있었다.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 동의로 본회의 의결로 있을 때에는 기명 또는 무기명 투표로 표결할 수 있지만 무기명 투표가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불어민주당 김민기(경기 용인 을) 의원은 지난 8월 지방의회도 국회처럼 어느 의원이 어느 안건에 어떤 표결을 했는지 공개하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대에 이어 재발의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국회는 전자투표에 의한 기록표결을 하도록 국회법에 명시하고 있으나 지방의회는 표결방식을 법률로 따로 정하지 않고 의회마다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표결 방식 선택을 지방의회 자율에만 맡겨둔 결과, 전국 226개 전체 기초의회 가운데 겨우 15.5%(35개)만이 기록표결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지방의회에서 표결 시 투표자와 찬성·반대 의원 성명을 기록하는 표결 방법으로 정하고, 지방의회의 각종 선거와 인사·재의 요구에 관한 사항만 무기명 투표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즉 법으로 규정된 일부 안건을 제외하고는 무기명 투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기 전에 진주시의회를 비롯한 도내 각 시군 의회에서도 조례 개정이 있어야 한다.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해서는 기록 표결이 필수적이다. 관행을 핑계로 무기명 뒤에 숨는 무책임한 의원을 시민이 더는 원치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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