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에서 두 번째 여성 대법관? 연방대법원이 1789년에 탄생했는데 231년 동안? 지금은 몇 명이란 말인가?

여성인권 옹호와 차별을 바꾸는데 전력해온 두 분이 최근에 세상을 떠났다.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년 9월 18일)와 우리나라 여성·민주화운동 1세대 이이효재(1924~2020년 10월 4일). 긴즈버그는 법조인으로서, 이 선생은 학자와 운동가로서 동시대를 살며 성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두 사람의 생애를 살펴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최고 사법기관인 대법원의 여성 인원과 비율은 그 사회 여성의 지위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래서 이곳저곳을 뒤져봤다.

미연방대법원 역사에서 첫 여성대법관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인 1981년, 그리고 클린턴 대통령이 1993년 지명한 긴즈버그가 두 번째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대법원이 생기고 200년이 다 돼 가서야 첫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고, 20세기에 고작 2명이었다. 미국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인데 대법원장과 현역까지 포함한 102명 중 긴즈버그 후임으로 상원 인준을 앞둔 이를 더하면 여성은 5명이다. 그러면 연방대법관 9명 중 여성은 3명이 유지된다.

이이효재가 살아온 대한민국은 어떨까? 대법원은 1948년 설립됐다. 임기제인 우리나라 전·현 대법원장과 대법관 165명 중 여성은 7명이다.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김영란 대법관이 1호. 현재 14명 중 여성은 박정화·민유숙·노정희 3명이다.

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도긴개긴이다. 사법부가 보수적인 조직이라지만 세상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 그대로다. 긴즈버그는 대법관 중 여성이 몇 명이어야 충분하냐는 질문에 "아홉 명 전부"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놀란다면서 이런 명언을 남겼다. "대법관 모두 남자일 때는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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