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동 문화광장 옆 생가 터∼성호초등학교 돌담 골목 70여m
"슬픔·고뇌·역사성 빠지고 친근한 인물로만 부각 불편" 지적도

창원시가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김명시(1907∼1949) 장군을 소재로 마산합포구 창동 골목길을 '마산여성 이야기길'로 꾸몄다. 

시는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마산여성 이야기길-김명시 장군의 학교길' 개장식을 했다. 학교길은 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의 오동동 문화광장 생가터에서 그가 졸업한 현 성호초등학교로 향하는 오동서1길 돌담골목 70여m를 여성친화거리로 만들었다.

김명시 장군은 1907년 마산 동성리에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 홍남표·조봉암과 함께 조선공산당 재건투쟁에 뛰어들었다. 1930년 5월 무장대 300명을 이끌고 하얼빈 일본영사관을 습격하기도 했으며, 노동운동을 하다 25세 때 일제 경찰에 체포돼 신의주 형무소에서 7년간 옥살이를 했다. 출옥한 뒤에는 조선의용군 소속으로 직접 전선을 누볐는데 이때 붙은 별명이 '백마 탄 여장군'이다.

학교길은 독립운동가 그래피티로 잘 알려진 레오다브(Leodav·본명 최성욱)의 작품이다. 최 작가는 골목을 항일무장투쟁의 선봉에서 전장을 누볐던 '전사 김명시'와 창원시 여성친화 안심귀가 캠페인을 함께하는 '경찰관 김명시', 김명시 장군이 모스크바 유학길에 들고 갔길 바라는 마음으로 초상화를 넣은 여권을 재현했다. 또 꿈과 희망을 안고 학교로 향하는 '소녀 김명시'의 모습을 새겨넣었다.

▲ 창원시는 지난 16일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마산여성 이야기길-김명시 장군의 학교길' 개장식을 했다.  /창원시
▲ 창원시는 지난 16일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마산여성 이야기길-김명시 장군의 학교길' 개장식을 했다. /창원시

정혜란 제2부시장은 개장식에서 "학교길은 성평등한 여성친화도시 창원으로 나아가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다"며 "앞으로 도시재생사업에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도시 공간 안에서 성평등한 관점을 반영하고자 여성친화형 도시재생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성평등 문화 확산과 여성친화환경 조성을 위해 올해 창원시 양성평등기금으로 진행됐다. 창원시도시재생지원센터는 여성주의 스토리텔링으로 지역사에서 소외된 마산여성의 서사를 기록하고, 여성친화환경을 디자인해 창동에 여성친화거리를 조성하기로 구상했다. 센터는 이 과정에 참여할 '여성친화거리 시민참여기획단'을 모집하기도 했다. 기획단은 15차례 역량강화 교육과 멘토링 과정을 거쳤다.

한편, 이 사업과 관련해 김명시 장군의 역사성은 빠지고, 친근한 인물만 부각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해원>을 만든 구자환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근함만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김명시는 변질한다. 일제강점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당당함, 독립의 강한 의지를 담은 '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가 없다. 해방조국에서 환영받지 못한 그의 슬픔과 고뇌도 없다"며 "자의적 해석의 결과로 역사성은 사라지고 친근한 인물로만 남았다. 김명시 장군 업적을 기리고 추모하는 일은 하지 않으면서 그의 이름을 빌려와 현실에 맞게 편리하게 해석했다. 이것이 항일독립운동가를 알리고 기억하는 방식이라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고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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