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마다 정치인들 새 공항 언급
기대-무산 반복에 주민들은 상처만

'동남권 관문공항'이 또다시 시끌벅적하다. 김해신공항 검증위 결과 발표를 앞두고서다. 부울경 지역은 김해신공항 안전 우려를 내세워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을 외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문득 밀양 사람들이 떠오른다.

밀양은 2010~2011년 신공항 유치 광풍에 휩싸였다. 이 지역은 하남읍 대지에 신공항만 들어서면 '대대손손' 먹고살 길이 열리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이는 농민 삶을 돌아볼 틈조차 주지 않았다.

밀양 하남은 박정희 정권 시절 지금의 창원산단 유력 후보지였다. 하지만 옥토를 훼손할 수 없다 해서 무산된 곳이다.

이러한 하남 비옥한 토지에서 '대대손손' 살아온 농민, 그들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일부 농민·시민단체는 반대 목소리를 냈지만 "밀양을 떠나라"는 비난만 받았다.

하지만 찬성이든 반대든 모두 허망한 것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부는 2011년 3월 슬그머니 '신공항 건설 백지화'를 결정했다.

허상은 반복되었다. 2016년 또다시 신공항 유치를 놓고 밀양-부산이 경쟁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그해 6월 '신공항 건설 백지화, 김해공항 확장'을 결정했다.

당시 박일호 밀양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또 한 번 밀양 시민을 우롱한 결정에 분노한다. 지난 10년 동안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로 시민은 지치고, 땅값만 올려 지역 개발 가능성을 소멸시켰다."

하지만 정작 이들 정치인을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당시 녹색당 경남도당 논평이다.

"신공항 사업은 한국 정치의 참담한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지역 정치인은 국가 공동체 이익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자기 지역 토건 이익에 매몰됐다."

당시 정부 결정 직후 밀양을 찾았다. 하남읍 마을회관에서 화투를 치던 할머니들은 속상한 마음을 툭툭 던졌다.

"신공항 보상받으면 아파트 같은 데서 살게 되나 했는데…. 지금 마음이 아주 얄궂다."

"한다 해놓고 안 하고, 정치인들이 지난 10년 동안 우리 속인다고 애쓴 거지."

인근 또 다른 마을에서는 땅값 얘길 전했다.

"신공항 얘기가 나오자 외지 사람이 많이 찾아왔어. 여기 본토 사람 가운데 빚 있는 사람도 제법 됐거든. 평당 4만~5만 원 하던 걸 7만~8만 원 준다고 하니 안 팔 사람 있나. 그 땅이 나중에는 평당 20만 원까지 올랐어. 외지 사람들만 재미 보고, 본토 사람들은 지금 소작농으로 있는 경우가 많아."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저마다 유리한 지역을 대상으로 '신공항 건설'을 언급했다. 그 덕에 원하는 자리를 손에 거머쥔 이도 많다. 정작 밀양 주민들은 큰 상처를 입었다.

김해신공항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는 지금, 밀양 사람들의 아물지 않았을 상처를 걱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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