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신 나라별 문학 전통·시론 전달…꿈·소망·평화 강조
올해도 김달진문학제에 초청·온라인으로 독자와 소통

김달진문학관은 창원시 후원으로 매년 인본주의(휴머니즘) 정신을 실천하는 외국 작가를 한 명 선정해 창원KC국제문학상을 줍니다. 그동안 중국, 프랑스, 스웨덴, 미국, 일본, 러시아, 몽골 등 매년 다양한 국가의 작가들이 선정됐지요. 2016년부터 수상자들이 9월에 열리는 김달진문학제 참석해 문학 특강을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26, 27일 창원시 진해구 소사동 김달진문학관과 김달진 생가에서 문학제가 열리지만, 코로나 영향으로 특강은 온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달진문학제를 앞두고 올해 수상자까지 포함해 지금까지 외국 작가 5명의 특강 원고를 다시 살펴봤습니다. 문장들 사이에서 삶의 환경도, 역사, 언어도 다 다르지만 인류사를 관통하며 도도하게 흐르는 문학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몰창깅 오양수흐(몽골).
▲ 몰창깅 오양수흐(몽골).

◇고대에서 현대까지 이어진 서정 = 첫 번째 특강은 2016년 7번째 KC국제문학상 수상자인 몰창깅 오양수흐 시인(몽골)입니다. 인간 존재를 성찰하고, 세계의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천착해온 그의 대표 시들은 지난해 제35차 세계시인대회 시선집에 소개되기도 했지요.

그는 '몽골의 운문 전통에 대해'라는 제목의 특강에서 몽골 문학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몽골 운문은 매우 고대적 자취를 갖고 있습니다. 분명하지 않은 시대에 기록으로 남긴 바위그림을 인류의 예술적 사고의 표현이요, 시의 영혼을 간직한 형상 기록물이라고 본다면 몽골인에게 이것은 10만~ 7만 년 전 시대에 관련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려진 원전으로 몽골 시는 기원전 2세기 즉 훈누 시대인 121년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가 '훈누의 시'라는 작품입니다. 전문은 이렇습니다.

"흰 산을 잃고/ 육축(가축)은 자라지 않네/ 보랏빛 산을 잃고/ 내 아내는 화장기가 사라졌네"

20세기 들어 몽골 문학도 세계 문학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몽골 유목민들은 20세기 초엽부터 세계 우수한 시문학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고, 이와 함께 새로운 시대 시문학에 서양 창작방법의 형태들이 두드러지게 감지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뛰어난 문학의 대표자들은 유목민의 고대 전통적인 운문의 유형과 창작방법을 세계적인 시의 우수한 창작방법 및 사조들과 조화시켜 시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몽골 시문학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 크리스토퍼 메릴(미국).
▲ 크리스토퍼 메릴(미국).

◇문학은 진실을 알리는 뉴스 = 2017년 8번째 수상자는 미국 시인 크리스토퍼 메릴입니다. 문학 번역가이자 세계 문학 전문가로 우리나라 선시(禪詩)를 영어로 번역해 출간하기도 했죠. 그는 '진실 또는 벌칙 : 가짜 뉴스 시대의 시'라는 제목으로 미국 현대사에서 시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통해 자신의 문학 이력을 되돌아봅니다. 문학이야말로 진실을 알리는 뉴스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이 불편한 사실들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치부해버리는 차제에 시의 복잡한 진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거운 벌을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에즈라 파운드는 '문학은 항상 새로운 뉴스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 응웬 꽝 티에우(베트남).
▲ 응웬 꽝 티에우(베트남).

2018년 제9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는 베트남 시인 응웬 꽝 티에우였습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서정시인으로 소설가, 번역가, 화가로도 활동이 활발하답니다. 2000년대 초반 베트남에 처음으로 고은, 김광규, 김지하, 신경림, 박제천 시선집을 직접 소개하며, 베트남에 한국 시를 알리는 일에도 열심이라는 군요.

그는 '세계문학지도 속의 베트남문학의 윤곽'이란 제목으로 베트남 문학의 현주소와 함께 자기 문학의 기원을 중심으로 설명했습니다.

"저는 사원 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이곳은 마을이 생긴 700년 전부터 대부분 농부가 씨를 심듯 시를 짓는 마을입니다. 마을 길가에 있는 집들의 오래된 벽에는 마을 농부들이 시와 삶에 대한 글귀들을 써놓았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그 글귀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귀들은 저를 사람이 되는 길로 이끌고, 지금까지 시를 창작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시아에서 베트남 문학에 가장 관심이 많은 나라가 한국이라며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 한스-울리히 트라이헬(독일).
▲ 한스-울리히 트라이헬(독일).

◇삶이 곧 시 자체인 작가들 = 2019년 열 번째 수상자는 독일 시인이자 소설가 한스-울리히 트라이헬이었습니다. 소설 <실종자>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작가입니다. 그는 특강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문학을 하게 됐는지 되돌아보며 서정시의 핵심은 직관과 음악성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영을 이론으로 익힐 수 없듯이 글쓰기도 이론으로 익힐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수영을 이론으로 배울 수는 없습니다. 물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새들의 세계에서도 어린 새는 아사(餓死)라는 벌에 직면하여 결국 둥지에서 뛰어내려야 합니다. (중략) 서정시 초보자도 글을 써야 합니다. 이때 그는 자신의 독서목록과 이론적 지식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디에 의지하나요? 저의 경험입니다만, 자신의 글쓰기 소망의 힘에 의지합니다. 새는 날고자 하니까요. 그리고 음악성입니다. 운율의 명칭을 알지 못해도 운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모방하면서. 자신의 충동 또는 심장박동에 귀를 기울이면서 말입니다."

▲ 니콜라에 다비자(몰도바공화국).
▲ 니콜라에 다비자(몰도바공화국).

올해 제11회 창원KC국제문학상 수상자는 몰도바공화국의 시인이자 정치인 니콜라에 다비자입니다. 몰도바공화국 국회의원으로, 비정부 문화 및 법률 조직인 루마니아 민주주의 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미리 본 특강 원고는 '문화의 교유(交遊), 꿈의 이식'이란 제목으로 시의 본질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단순히 시를 창조하는 자가 아닙니다. 삶을 살아가듯 시를 살아가는 자입니다. 시를 호흡하며, 시가 요구하는 것들에 준거하여 그 성격과 기질을 완전을 기해 세공하는 자입니다. 작가란 오노레 드 발자크처럼 심각한 병이 들어도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자들입니다."

그리고 지난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그때 한국이란 나라와 한국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고백합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접하게 되고, 많은 사람과 문학을 만나면서 저는 한국이 또 하나의 행성, 또 하나의 우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세계시낭송축제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백여 년 전 한국은 어땠을까 상상하니 괜히 제 가슴이 뛰기도 했습니다. (중략) (김달진문학제) 시낭송축제 때 한국어의 음악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연사들이 말할 때면 마치 노래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중략) 듣는 귀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소리를 듣고 다시 그대로 재생할 수도 있을 만큼 매우 과학적이고 창조적인 소리 언어입니다."

◇문학, 세계 평화의 도구 = 마지막으로 특강 원고들에서 추려낸 다음 문장들은 인간 정신의 등불로서 문학이 세계 평화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을 던져 줍니다. 인간과 인간의 조화, 인간과 자연의 조화,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끊임없이 추구해 가는 길이야말로 문학의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 팬데믹이 지나면 또 다른 팬데믹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의 팬데믹과 전혀 다른 팬데믹 말입니다. 선함의 팬데믹, 연대의 팬데믹, 관용과 배려의 팬데믹, 문화와 시의 팬데믹이 오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힘은 바로 정신에서, 그리고 영혼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몰도바공화국 시인 니콜라에 다비자)

"매섭게 추운 겨울, 맑고 서늘한 가을, 부드럽고 마음 설레는 봄, 즐겁고 행복한 여름. 이렇게 자연의 심한 기후변화와 색이 바뀌는 공간들, 그 호흡을 따라 몽골 시는 매우 다양한 분위기와 색조를 띱니다. 그렇기에 몽골인의 지혜가 담긴 축시와 찬시, 노래에서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세계시의 모든 사조들이 여기에 조화를 이룹니다." (몽골 시인 몰창깅 오양수흐)

"우리 마을 농부들은 말했습니다. '시가 황금 벼, 하얀 쌀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모를 심는 사람들에게 꿈을 만들어준다.' 이것이 바로 시의 길이며, 시의 사명이며, 시가 향하는 부둣가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 모든 민족이 굶주림과 증오의 그늘, 독재정치의 잔혹함, 전쟁으로 말미암은 죽음의 세월들을 겪어야 했지만,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사람들을 굴복시키거나 쓰러뜨리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언젠가 이 세상에 좋고 아름다운 일들이 생길 거라는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시인 응웬 꽝 티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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