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어린잎채소 재배법 특허…공간적 제약 받지 않아
중기부·창업진흥원 공모 선정, 국비 1억 5000만 원 확보

현대인의 생활 유형에 맞춰 도심에서도 공간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새싹채소와 어린잎채소를 키울 수 있는 도심농업(Street Farm)을 개발한 회사가 진주에 있다. 주인공은 진주시 상평공단에 있는 ㈜엘앤씨.

엘앤씨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공모한 '2020년도 메이커 스페이스 구축·운영사업'에 최종 선정돼 국비 1억 5000만 원을 확보했다. 이는 중기부에서 혁신적 창작활동인 메이커 운동의 전국적인 확산을 위해 총 64개 내외 주관기관을 선정해 최대 5년간 5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엘앤씨는 지난달 28일 특허출원기술 및 선진기술을 역발상해 국산화한 저관수(적은 양의 물을 공급) 수직농법 식물재배시설과 재배기를 제작하는 제조업형 메이커 스페이스를 구축하고 개소식도 마쳤다.

도시공학을 전공해 도시재생뉴딜에 관심이 많았던 이승만(42) 엘앤씨 대표는 도심농업에 뛰어들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이 대표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을 할 때 문화, 예술, 도서관, 카페 등을 활용하는 사례는 있지만 농업은 전무한 상태였다. 이에 초점을 맞춰 2018년 과감하게 도전했다"며 "진주는 농업 기반이 강한 도시이다. 농업 관련 기관도 많아 기술적인 도움 등을 많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혁신도시가 조성돼 수요도 있을 것으로 봤다. 진주에 사업장을 차린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엘앤씨는 메이커 스페이스 개소를 발판으로 저관수 수직농법 식물재배시설 및 식물재배기 제작 교육, 마이크로그린(새싹채소나 어린잎채소, 일부 허브를 통칭하는 말) 조리법 교육, 생활혁신아이디어 제작 교육을 무료로 진행할 계획이다.

저관수 수직농법 식물재배시설과 재배기의 특징은 식물재배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새싹채소 등을 재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관수 수직농법 식물재배시설이란 흙을 대신해 인공토양(고흡수성 폴리머 수지+복합섬유) 위에 새싹채소 종자를 올리고 안개 분무방식으로 수분을 제공해 식물을 키우는 시설이다. 수평이 아닌 수직(다단형식)으로 쌓아 재배한다. 기존 식물공장처럼 태양빛을 대신해 LED(발광다이오드) 등을 사용한다.

수분을 흡수하면 200배나 팽창하는 인공토양은 식물의 생장단계에 필요한 수분을 함유해 적당한 양의 수분을 식물에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인공토양이 흙을 대체했기 때문에 재배방식은 기존 밭농사와 비슷해 밭농사를 실내에서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배수시설이 필요 없으며 이에 따라 어떤 유휴공간에서도 자생적 생육이 가능해 공간적인 제약을 해결했다. 식물재배기는 과학원리(삼투압현상과 부력원리)로 자생적으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어 교육용으로 적합하다.

실내에서 재배를 함에 따라 사회복지 차원의 원예치료나 심리치료·집중훈련,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플랜테리어나 그린테리어 등 실내장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 진주에 있는 ㈜엘앤씨의 이승만(오른쪽) 대표가 저관수 수직농법 식물재배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현 기자
▲ 진주에 있는 ㈜엘앤씨의 이승만(오른쪽) 대표가 저관수 수직농법 식물재배기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현 기자

공간에 맞춰 자유롭게 시설을 제작할 수도 있다. 체험을 위한 교육용 교구(재배키트)에서부터 도심의 빈 건물이나 폐공장 등 대형 시설까지 공간에 맞춰 시설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유휴공간이 많은 구도심 재생사업 등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비용은 기존 방식의 절반 정도 든다.

이 대표는 "인공토양으로 무게나 물(배수) 문제를 해결했고, 재배기를 수직으로 올릴 수 있어 공간적인 제약을 없앴다. 따라서 노인이나 장애인 등도 쉽게 재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엘앤씨는 생산뿐 아니라 마이크로그린을 활용해 로스팅 및 블렌딩 등의 과정을 거쳐 연령층에 따라 맞춤식 양념, 분말, 고명 등을 개발했으며 연말에는 쇼핑몰을 통해 상품화할 계획이다.

특히 새싹채소 맞춤형 분말은 다양한 맛과 향, 나아가 효능까지 갖춘 식품으로 연령층이나 질환에 따라 다르게 키워 판매하는 방식이다. 채소의 배합에 따라 다양한 질환 등에 효과적인 건강보조식품을 생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칼륨 함량이 높은 치커리나 양상추 새싹을 분말로 만들면 간장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건강보조식품이 된다.

이 대표는 "맞춤형 마이크로그린의 생산과 가공, 포장 단계를 한번에 처리하게 단순화해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하다. 다양성과 영양소 측면에서 타 제품과 차별성을 갖춰 분말 양념과 캡슐 형태의 가공제품으로 기존 분말 형태의 단일제품군과 비교할 때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특허출원기술 재배농법으로 새싹보리는 2주, 어린잎 채소는 30일 정도면 수확을 할 수 있다. 엘앤씨는 진주 상평공단 내 사무실에 새싹보리 등을 저관수 수직농법으로 키우는 시설을 갖추고 새싹채소 42종, 어린잎채소 28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가공공정에 필요한 세척시설, 건조시설, 분쇄기, 포장기를 모두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식물재배시설의 임대서비스와 비대면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공유주방도 구축해 마이크로그린 요리법 교육과 개발을 하고, 경연대회 등을 통해 우수한 요리법은 개발자와 함께 상품화한다. 마이크로그린을 K마이크로그린으로 보급할 목적으로 개발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요리법 제작과 정보제공, 소비자의 가공품 구매 등이 동시에 이뤄지는 공유 플랫폼 형식으로 운영된다.

이 대표는 "앞으로 마이크로그린을 보급하고, K마이크로그린으로 역수출해 세계화하고 있는 K푸드에 동참하고자 한다. 누구나 쉽게 어디에서든 다양한 형태로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실생활에 맞는 스마트농장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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