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불편해진 후에야 고향에 돌아와
소소한 풍경도 감탄하며 그림 그려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 풍경들 빼곡
딸 SNS 올린 작품들 입소문 타 출판

지난달 말 창원 동네책방 주책방 소셜미디어서비스(SNS) 계정에 이런 책 소개가 올라왔다.

"통영 아빠 김무근(73)이 그린 그림에 서울 딸 김재은(42)이 이야기를 적어 책으로 엮은 그림 에세이입니다. 황소 같던 아빠는 몸이 불편해진 뒤에야 일을 멈추셨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가 동네 풍경을 그리십니다."

여기까지만 읽고 아, 이건 꼭 사야 한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아빠에게 통영 풍경들은 큰 위로가 됐을 테고, 이런 위로가 담긴 그림이라면 어떤 고화질 사진보다 더 통영을 잘 담아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 <통영, 아빠의 바다> 43쪽 강구안에서 바라본 동피랑.(김무근, 2020) /책 갈무리
▲ <통영, 아빠의 바다> 43쪽 강구안에서 바라본 동피랑.(김무근, 2020) /책 갈무리
▲ <통영, 아빠의 바다> 35쪽 미수동 연필등대.(김무근 2020)<br /><br />
▲ <통영, 아빠의 바다> 35쪽 미수동 연필등대.(김무근 2020)
 

<통영, 아빠의 바다>는 예상대로 기분 좋은 수채화로 가득했다. 주로 충무교와 해저터널이 있는 통영운하 주변 풍경이다. 강구안에서 바라본 동피랑이나 미래사, 해저터널 입구 일본주택이 있는 그림 등 나름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통영 풍경 명소라고 생각하던 곳이 많아서 더욱 반가웠다.

아빠가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지, 딸이 왜 아빠의 그림을 책으로 낼 생각을 했는지는 책 뒤편에 정리되어 있다.

"아빠가 잔병치레를 하시거나 병원에 가시는 건 본 적이 없다. 휴일 아침이면 클래식 FM을 크게 틀어 놓고 나와 동생들을 깨우곤 하셨지만, 별다른 문화생활이나 취미도 없으셨다. 어린 마음에 아빠는 일을 정말 좋아하시나 보다 했다. 황소 같았던 아빠는 몸이 불편해지신 후에야 일을 멈추셨다. 몇 해 전 고향으로 내려가신 아빠는 이제 하모니카를 멋들어지게 불 줄 아신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다 풍경에 감탄하며 그림도 그리신다." (김재은)

"일산에서 환갑을 맞은 해, 갑자기 사고가 닥쳤다. 움직일 수 없었다. 누워 있었다. 새로운 시작도 우연히 왔다. 한태원 화백은 오랜 벗이다. 그는 연필, 붓, 물감, 팔레트, 그리고 수채 용지를 쥐여 주며 나를 달랬다. 그려 보았다. 색깔들은 생각보다 화려하게 번지고 수채 종이는 신기했다. 통영으로 내려왔다. 50년 전 모습 그대로다. 등대가 있는 바닷가에 자리 잡았다. 배들이 분주하고 갈매기가 난다. 인정도 따뜻하다. 솜씨는 없지만 보이는 대로 그리면 될 것 같다." (김무근)

어느 날 딸은 아빠의 그림을 SNS로 올리기 시작했다. 전화 통화와 메신저를 통해 그림에 담긴 아빠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에 덧붙였다. 지인들의 반응이 썩 좋았다. 그렇게 '온라인 전시'가 4주간 이어졌다.

"서울에서 통영은 300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지만 온라인 전시회를 하면서 어느 때보다 부모님과 가깝게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 많은 분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영영 모를 뻔한 아빠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책으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김재은)

독립출판물이어서 몇몇 동네책방과 온라인 판매처에서만 살 수 있다. 김재은 씨가 SNS에 정리해 놓은 판매처는 다음과 같다. 온라인으로는 '플랜씨북스 네이버 스토어', 오프라인에서는 창원 '주책방', 통영 '봄날의 책방', '동피랑 그림가게 그러나'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 타지에서는 서울 '스토리지북앤필름'·'하우스북스', 충남 공주 '가가책방'에서도 살 수 있다. 플랜씨북스 펴냄. 52쪽.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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