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역대 최장 기간 장마, 연이은 태풍까지… 농어민과 축산 농가의 한숨이 깊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지난 8일 정부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일시 완화한다고 밝혔다. 직무 관련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농축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을 현재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올리기로 한 것이다. 10일부터 추석 연휴 기간인 다음 달 4일까지다. 농어민, 축산 농가에서는 반길 일이다. 그런데 경기가 어렵다고 부정청탁금지법을 완화하는 게 맞을까.

친지, 이웃, 친구, 연인 사이에 주고받는 선물은 원래 금액 제한 없이 주고받을 수 있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공무원, 언론 종사자, 공공기관 임직원, 학교 임직원 등이다.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법안을 발의할 당시에도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고, 현재 부정 청탁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법이다. 그런데 경기가 어렵단 이유로 바로 잡아가던 규범을 흩트리고, 선물을 많이 하라고 홍보까지 강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다. 국민권익위는 국민과 공직자 등이 개정 사항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카드 뉴스, 설명 자료 등을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에 산업별 규제 완화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제약산업은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기사를 종종 접한다. 그런데, 제약업계는 "혈장의 채집, 연구, 연구 결과의 허가, 상용화 등 모든 단계에 규제가 있는데 이를 과감히 철폐하도록 당정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고, 정부도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기 회복·치료제 개발 등이 시급한 문제는 맞지만 잠깐, 돌다리도 다시 한번 두드려보자. 현재 법과 규제의 대원칙은 무엇이었는지, 규제 완화가 우선인지, 우선순위를 두고 행정력을 집중시키는 것이 먼저인지 또 묻고 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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