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은 위험하겠지만 현 정권 임기 내에 '행정수도 이전' 현실화는 사실상 물건너갔다고 본다.

지난 7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도로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론을 띄웠을 땐 당장 국회 등이 세종시로 옮겨갈 것처럼 보였다. 민주당은 이후 균형발전·행정수도 완성 추진단을 꾸려 실질적 행동에 나서는 듯했으나 그뿐이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전·현직 경남도지사(김두관·김경수), 국회의원 등 여권 전체가 외치던 행정수도 이전론은 8월 들어 그 목소리가 급격히 잦아들었다. 기나긴 장마와 집중호우 피해, 코로나19 재확산 등 블랙홀 같은 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필요성이나 부동산 대책 효과 같은 '자신들에게 절실한' 현안은 끊임없이 공론화하고 쟁점화했다.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7월 23일 김태년 원내대표)던 결연한 의지만 온데간데 없었다.

수도권을 위시한 여권 지지율 급락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2016년 탄핵 정국 이후 보수계열 정당(미래통합당 36.5%)이 민주당(33.4%)을 처음으로 역전한 여론조사(YTN·리얼미터, 8월 10~14일)가 나왔을 때, 서울시민은 민주당(32.6%)보다 통합당(39.8%) 손을 들었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안겼던 서울 민심의 돌변은 여권에 충격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의 독선적 국회 운영과 부동산 실정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행정수도 이전 역시 서울 민심 이반에 영향을 미친 게 틀림없었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대선을 앞둔 현실에서 여권의 선택은 자명했다.

민주당은 일각의 의심처럼 지지율 관리나 위기 탈출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론을 다급하게, 졸속으로 제기한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이낙연 새 지도체제가 행정수도 문제를 대처하는 걸 보면 그 진실이 가려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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