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기획서, 정부 호응 전국 예산 중 40%나 따내
데이터센터 등 중점 추진 "5년 후엔 4만 달러 시대"

창원대로를 타고 시외버스터미널을 지나면 창원산학융합원 건물이 나온다. 이 건물 3층에 창원스마트산업단지를 책임지는 박민원 사업단장의 사무실이 있다.

지난해 3월 단장을 맡아 1년 6개월간 창원스마트산단의 밑그림을 얼마나 그렸는지 궁금해 28일 박민원 단장을 직접 찾아갔다. 단장실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채운 그림이 눈을 자극한다. 잡지 책에서 오려 붙인 것 같은 사진과 그림이 가득하다. 그는 이 그림을 '맵(MAP)'으로 불렀다.

박 단장은 "사업단이 구상하는 스마트산단의 밑그림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놓으니 훨씬 눈에 잘 들어오죠"라며 책 한 권을 건넨다. 20쪽 분량의 책에는 박 단장이 태블릿PC로 직접 그린 그림이 빽빽하다. 한때 미대 지망생이었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올해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난해 스마트산단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사업비 확보에 치중했다. 기획을 엄청나게 했다. 스마트산단에 선정됐다고 해서 국가가 예산을 바로 주는 것이 아니다. 사업단이 기획해서 사업별로 예산을 따야 한다. 전국 7개 산단 내년 전체 예산 중 40%가량을 확보했으니 선방했다. 사업비 규모는 400억 원 정도된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핵심 4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혁신데이터센터, 공정혁신시뮬레이션센터, 표준제조혁신공정모듈, 스마트제조 고급인력양성사업이다. 대부분 기업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필요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콘텐츠를 발굴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전기연구원에서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사업, 창원대에서 인력양상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박민원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 단장이 사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마트산단의 밑그림을 가리키며 향후 계획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박민원 경남창원스마트산단사업단 단장이 사무실 벽면을 가득 채운 스마트산단의 밑그림을 가리키며 향후 계획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가시적인 결과물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본격적으로 예산을 투입해 기업과 시민이 체감하는 결과물이 나오려면 내년 하반기쯤은 돼야지 싶다. 먼저 농업기술센터 터에 하반기쯤 스마트공장 모델하우스가 들어선다. 표준제조혁신공정모듈센터는 9월 착공 예정이고, 시뮬레이션센터도 2022년 2월 완공이 목표다."

-기업들 반응은 어떤가?

"작년 사업단을 처음 맡았을 때는 욕도 많이 들었다. 사업단에 직접 지원사업을 해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이 많았다. 사실 스마트산단 조성사업은 기업을 키우는 게 아니라 기업생태계 구축 사업이다.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했거나 필요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콘텐츠를 발굴해 사업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는 편이다."

-창원스마트산단이 전국의 롤 모델이 될 것을 확신하나?

"지난 19일 국회에서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 의원들은 대표모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지원은 안 된다는 분위기다. 많이 노력하겠지만 창원이 전국 7개 스마트산단의 대표모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스마트산단의 현주소와 미래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시간 나면 머릿속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아이디어가 풍부해지고 개념 정리가 명확해진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가져가면 놀란다. 관공서에서는 워드나 PPT는 워낙 많이 보기 때문에, 내가 그린 그림이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예산 따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평소 데이터를 많이 강조하는데?

"데이터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데이터가 쌀이고 곧 석유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전 세계적인 창업거점이 된 것은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데이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데이터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창원스마트산단은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박 단장이 추구하는 창원산단의 궁극적인 미래모습이 궁금하다.

"2025년쯤이면 창원산단이 완벽하게 바뀌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만 없다면 창원경제 '4만 달러 시대'도 가능하다.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만 결합한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제조업 경쟁력도 일본을 넘어 세계 3위 진입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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