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25%, 옥수수 10~20%, 감자 10~30%, 고추 89.2% 생산량 감소. 앞으로 80년, 이번 세기말 한반도에 벌어질 일이다.

21세기 말이면 사과를 키울 만한 곳이 없어진다. 배, 포도, 복숭아도 귀해진다. 밀감을 강원도에서 키울 수 있지만 제주도에선 재배할 수 없게 된다. 바다는 어떨까. 양식 남방한계선은 강원도 해역까지 올라간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담긴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전문가 120명이 참여해 2014년 이후 나온 국내외 논문과 각종 보고서 1900여 편을 분석한 결과물이다.

보고서는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이번 세기말까지 한반도 기온이 4.7도 상승할 것이라고 했다.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8도 오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가속이다. 최고기온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35.5일로 늘어난다. 지금도 1년 중 3분의 1은 여름인데, 더 길어지고 뜨거워진다.

이상 기후는 지구 온도가 올라 북극 빙하가 녹아내리고 제트기류에 문제가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사실 기후위기는 잘 와 닿지 않는다. 올해 54일 최장 장마에 폭우가 쏟아져도 그때뿐이다. 강력한 태풍은 지나가면 잊힌다. 다섯 달 동안 번진 호주 산불로 한반도 크기 초목이 사라진 재앙은 딴 나라 일이다.

생존과 직결되는 식량 이야기는 다르다. 기후위기가 밥상까지 바꾼다니. 인간이 먹는 종들이 사라진다는 건 머지않아 최고 포식자 인간도 살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후위기 주범인 탄소배출량 세계 7위, 국민 1인당 탄소배출량 세계 4위, 탄소배출 증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위. 우리는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지금처럼 막 쓰고 버리다간 종말을 더 빨리 맞을 것이다.

우리야 이래 살다 죽으면 된다. 그러나 미래 세대에게 펄펄 끓는 '핫반도'에서 살아남으라고 할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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