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박덕규미술관 침수피해
"수자원공사 나 몰라라"분통

작품을 한 점도 팔지 않고 개인의 역사로만 간직해온 팔순 노화가의 미술관이 이번 폭우에 침수손해를 입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진주시 내동면에 있는 박덕규미술관은 지난 8일 내린 집중 호우로 1m 이상 물에 잠기면서 작품 5000여 점과 유물들이 피해를 입었다.

박덕규미술관은 지난 1998년 폐교된 진주 내동면 삼계리 내동초등학교를 박덕규(86) 화가가 작업실 겸 미술관으로 고친 곳이다. 자신의 작품을 모아 자신의 이름을 단 사설 미술관으로 개장한 것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이곳에는 그가 평생 그린 5000여 점의 작품과 화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박 화가의 작품은 외부에서는 보기 힘들다. 5000여 점을 그렸지만 한 점도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8일 박 화가는 상황의 긴박함을 모르고 있었다. 이날도 박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진주시 내동면에 있는 박덕규미술관은 지난 8일 내린 집중 호우로 1m 이상 물에 잠기면서 작품 5000여 점과 유물들이 피해를 입었다. /독자
▲ 진주시 내동면에 있는 박덕규미술관은 지난 8일 내린 집중 호우로 1m 이상 물에 잠기면서 작품 5000여 점과 유물들이 피해를 입었다. /독자

마을 이장이 박 화가에게 연락했으나 받지 않자 119구급대와 경찰에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경찰과 구급대는 보트를 타고 들어가 박 화가를 극적으로 구출했다.

하지만, 평생 그리고 모은 작품은 이미 모두 물에 잠겨버렸고, 그는 겨우 몸만 빠져나왔다. 물이 빠진 미술관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작업실은 토사와 이물질로 가득 찼고, 작품은 토사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일부 작품은 물에 떠내려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박 화가는 "남강댐의 물 때문에 지류의 물이 역류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작품을 한 점도 팔지 않고 개인의 역사로 간직하고 있는데 어찌할 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진주미협 회원들과 진주시, 진주교육지원청, 인근 군부대 등이 지원을 하고 있는데 정작 수자원공사에서는 나 몰라라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진주미협 회원들이 10일부터 피해 현장을 찾아 토사와 이물질로 뒤덮인 미술관 내부를 정비하고 작품을 분리·정리하는 등 미술작품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피해 작품이 너무 많고, 복구작업 또한 더디게 진행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우연 진주미협 지부장은 "미술관 침수로 소중한 작품이 훼손된 것에 대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피해 규모가 커 일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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