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오동동 문화광장서 술 취해 욕설·노상방뇨 골치
계도·범칙금에도 반복…복지센터 "도움 줄 길 찾을 것"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상습 주취자 문제가 시간이 지나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끊임없이 피해를 호소하지만 경찰도 행정당국도 뾰족한 수를 못 찾는 상황이다.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들은 피해를 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달리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6일 오후 1시 30분께 오동동 문화광장에는 검은색과 빨간색 옷을 입고 캡 모자를 눌러쓴 중년 남성 2명이 광장 벤치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이들은 밤낮으로 술에 취해 쓰레기를 버려두거나 노상방뇨와 욕설을 하는 등 상가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광장 한쪽에는 미처 정리되지 않은 막걸리 병과 깨진 소주병 조각이 눈에 띄었다. 고약한 냄새도 났다.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이 같은 문제가 처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상인들은 광장이 생긴 이후부터 끊임없이 술 취한 사람들에게 시달려 왔다.

광장 앞 한 상가 주인은 "4~5명이 번갈아 나타나며 광장에 죽치고 앉아 있다"며 "술에 취하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술병을 깨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른 상인 ㄴ 씨는 "가게에 들어와서 외상을 요구할 때도 있어 딱 잘라 거절하지만 해코지를 당할까 봐 두려워 대응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동동파출소는 올해 문화광장 인근에서 14건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추운 겨울에는 신고가 없지만 날씨가 선선한 4~5월에는 한 달에도 6~7건의 신고가 들어온다. 신고가 접수돼도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광장 인근 순찰을 늘리고 노상방뇨, 소란행위 등이 있을 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하는 정도다. 상인들은 "경찰에게도 욕설을 하는데 공무집행방해죄로 유치장에 가두면 무서워서라도 발길을 끊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실제 이날 계도를 하고 돌아서던 한 경찰은 "어제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을 부과한 사람"이라면서도 "이들은 범칙금을 낼 능력이 없어서 즉결심판으로 넘어가 구류를 살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칙금 대신 유치장에 2~3일 갇혔다 풀려나오면 다시 광장에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벤치에서 상습 주취자들이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창우 기자
▲ 6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벤치에서 상습 주취자들이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창우 기자

시청·구청 등 행정이 할 수 있는 일도 마땅찮다.

창원시청 도시재생과 관계자는 "경찰에 순찰을 강화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것은 알고 있다"며 "이분들을 자활사업에 참여시키면 좋을 텐데, 본인 의지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 역시 "창원시립복지원에 일시보호를 받도록 권해도 완강히 거절하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문제를 일으켰다는 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광장 벤치에 앉아 있던 ㄱ(58) 씨는 "욕설이나 노상방뇨를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술에 취하면 정신이 몽롱해져 우리도 모르게 그런 일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알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매일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원에 가도 하루 이틀이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굳이 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

ㄱ 씨는 올해 3월까지 시에서 제공하는 공공일자리에서 일했다가 관절염과 통풍이 도져 몸상태가 악화해 그만뒀다. 그는 "65세 전이라 수급자가 되려면 진단서를 끊어야 하는데 병원 갈 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조금 풀리고 일행과 시간을 보낼 다른 안식처가 생기면 광장에 올 필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오동동행정복지센터 복지업무 담당자는 "65세 이전에 수급자가 되려면 진단서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몸이 아프거나 실직으로 생계가 어려워지면 사정에 따라 3개월간 긴급지원이 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매일 나가 이들의 얼굴을 익히고 있다며 인적사항을 파악하는 대로 각 동과 연계해 도움을 줄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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