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교통체증 해소 취지로 추진
습지보호구역과 140m 거리 둬
환경단체 "생태 훼손 막아야"

창원시가 성산구 양곡동에 있는 봉암교 확장을 추진하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봉암갯벌 파괴를 우려하며 반대 성명을 냈다.

창원물생명시민연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내고 "봉암갯벌을 파괴하는 봉암교 확장공사를 백지화하고 교통체증 문제 대안을 찾아라"고 촉구했다.

봉암교는 남천이 마산만과 합류하는 지점 위를 지나가는 다리다. 창원국가산업단지와 마산자유무역지역을 잇는 도로로 1982년 준공됐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 차량정체 현상이 심하고, 대형 구조물 운송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는 등 위험하다는 민원이 잇따랐다.

▲ 지난달 31일 봉암갯벌 너머로 보이는 봉암교./이창우 기자
▲ 지난달 31일 봉암갯벌 너머로 보이는 봉암교./이창우 기자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 2003년부터 제2봉암교 건설, 봉암교 확장 등의 방안이 논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그러던 중 창원시는 지난 2월 봉암교 확장을 창원국가산단 재생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로를 5차로에서 8차로로 넓히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았다. 창원시는 봉암교 확장 실시설계 용역을 맡겨 내년 6월께 설계조사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봉암교가 습지보호구역 중 하나인 봉암갯벌과 너무 가깝다는 사실이다. 갯벌과 봉암교는 불과 140m 거리다. 게다가 바다가 아니라 갯벌 방향으로 확장 계획이 세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는 "봉암갯벌 파괴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봉암갯벌에서 여름 철새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창우 기자
▲ 봉암갯벌에서 여름 철새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이창우 기자

이들은 "봉암갯벌은 매립과 오염으로 점철된 마산만 무역항에 유일하게 남은 자투리 갯벌"이라며 "1996년 레미콘공장 부지로 매립되려고 할 때 시민이 한마음으로 지켜냈던 곳"이라고 말했다. 이보경 봉암갯벌생태학습장 관리책임자는 "산업단지로 둘러싸여 있는데도 모두의 노력으로 유지해 온 유일한 습지생태계"라며 "작지만 습지운동사에서 가지는 의미가 큰데 인제 와서 훼손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감시를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 갯벌은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흰목물떼새, 물수리,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종들이 이곳을 찾았고 갈대, 지채, 칠면초 등 식물군락도 형성됐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해수부는 지난 2011년 이곳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올해 초 통영시 용남면 견내량 일대 잘피밭이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 전까지는 도내 유일한 습지보호구역이었다.

시민연대는 "봉암갯벌은 창원시 전역을 마산만, 하천, 숲으로 이어주는 생태통로"라며 "창원시는 봉암갯벌 보전을 바라는 시민 마음을 헤아려, 봉암교 확장공사를 백지화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창원시 관계자는 "바다 방향은 봉암아파트 재개발 구역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부득이 봉암갯벌 쪽으로 확장계획을 세운 것"이라며 "이후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확장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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