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천변 따라 조성된 산책로·독립 열망 담아낸 벽화 눈길
아북산 자락 달빛쌈지공원 도심 한눈에 담는 사진 명소

내일동, 내이동은 밀양 도심의 중심을 이루는 동네다. 다른 지역처럼 원도심이 쇠퇴하고 있지만, 그래도 핵심 상권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붐빈다. 최근 도심 오랜 주택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이 진행되면서 재미난 공간들이 제법 생겼다.

내일동과 내이동은 모두 밀양 도심을 지나는 밀양강을 끼고 있다. 강변주차장에 차를 대고 뒤편에 있는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본다. 밀양강 건너는 밀양의 신도시라고 할 수 있는 삼문동이다. 벤치 위로 드리운 벚나무 그늘이 짙다. 그만큼 나무가 크고, 나뭇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이다. 사실, 밀양강변 풍경은 벚꽃이 필 때가 절정이다.

벤치에서 일어나 뒤를 돌면 도로 건너로 '진장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이 보인다. 지난해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문화적도시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밀양시와 밀양시문화도시센터가 만든 문화체험공간이다. 미리미동국은 가야시대 밀양의 이름이었다.

▲ 밀양 내일동 달빛쌈지공원 스카이로드 /이서후 기자
▲ 밀양 내일동 달빛쌈지공원 스카이로드 /이서후 기자

내이동에 속하는 이 주변을 진장이라 부른다. 진이 있던 곳이란 뜻인데, 조선시대 밀양부 관아에 속한 별포군(別浦軍)이 이곳에 주둔했다. 옛날에는 밀양강변이 넓어 군사 훈련하기에 좋았다고 한다.

미리미동국은 다닥다닥 붙은 빈집 6채를 연결해 꾸몄다. 진장이란 지역 이름에 어울리게 전투 중인 진지 개념으로 공간을 구성했다.

벽이나 지붕에 화살이 박혀 있고, 지붕 위로 우뚝 솟은 망루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은 집들 내외부를 잘 연결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덕분에 옥상부터 입주 작가 공방까지 내부를 둘러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미리미동국 주변 동네도 벽화가 그려져 있어 가만히 걸어보기 좋다.

▲ 2밀양해천 주변 걷기 좋은 산책로 /이서후 기자
▲ 2밀양해천 주변 걷기 좋은 산책로 /이서후 기자

밀양해천은 내일동과 내이동 경계가 되는 물길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밀양시가 최근 이를 복원해 양편으로 긴 산책로를 만들었다.

산책로와 맞닿은 상가 담벼락들에는 조선시대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항일 운동의 역사가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산책로 중간에 '의열기념관'이 있다.

밀양 출신 약산 김원봉(1898~1958)과 동지들이 만든 의열단은 일제강점기 만주 지린성에서 조직된 비밀 항일 무장 조직이었다. 의열기념관은 2018년 3월 밀양시가 김원봉 생가터에 개관한 것이다.

▲ 진장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 /이서후 기자
▲ 진장 문화예술플랫폼 미리미동국 /이서후 기자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 무기이다. 우리는 민중 속에 가서 민중과 손을 잡고 끊임없는 폭력, 암살, 파괴, 폭동으로써, 강도 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일명 의열단 선언으로 알려진 조선혁명 선언 구절에서 알 수 있듯 의열단은 문화나 외교적인 방법이 아닌 직접적인 방법으로 일제를 타도하는 일에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 의열단기념관에는 이렇게 대한 독립을 위해 오직 '오늘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밀양해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달빛쌈지공원이 있다. 내일동 뒷산이라고 할 수 있는 아북산 자락에 있는 도심 공원이다.

이 공원에 있는 스카이로드는 밀양 도심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시설이다. 이미 사진 명소로 유명하다. 스카이로드 아래 옛 배수지 건물을 운치 있게 꾸민 탐방시설도 좋은 볼거리다. 원래 건물의 콘크리트 구조를 잘 살려 건물 그 자체가 예술이 됐다.

▲ 미리미동국 내 입주 작가 공간 /이서후 기자
▲ 미리미동국 내 입주 작가 공간 /이서후 기자

 

내일·내이동에서 만난 사람들

◇김종삼 미리미동국작가회장 = 도자기 조형물 작업을 하는 김종삼(57·사진) 작가는 흙과 평생 친구로 지내겠다는 의미를 담아 지난 2000년 밀양에 토우(土友)도방을 만들었다. 첫사랑의 순수한 감성을 인체로 표현한 '순정시리즈'와 돌절구에서 영감을 받은 '물확(돌에 홈을 파서 물을 담아두는 것)시리즈'가 그의 대표작이다.

김 작가가 미리미동국에 입주한 이유는 "좀 더 많은 사람과 자신의 작업물을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는 이곳에서 도자기와 토우 만들기 수업 등을 진행하면서 식기 등 다양한 생활소품류를 판매한다.

미리미동국 곳곳을 둘러보니 공방마다 예술가의 손길과 정성이 묻어난다. 김 작가는 "관람객이 말하길, 밖에서 미리미동국을 보면 평범해 보이는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매력적이고 신기한 공간이라며 칭찬한다"며 "관람객은 이곳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고 예술가인 우리는 사람에게 영감을 얻어 새로운 작품을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라 청학서점 매니저 = 1961년 문을 연 청학(靑學)서점 본점이 지난해 5월 이전했다. 2대째 서점을 운영 중인 신찬섭(47) 대표와 그의 부인 이미라(46·사진) 매니저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려고 내일동에서 삼문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부는 기존 3층짜리 건물을 밀양시문화도시센터에 5년 동안 무상 제공하기도 했다.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 매니저는 "예전 청학서점이 있던 자리는 서로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사람들이 북적대던 곳이고 버스안내 방송에 나올 만큼 유명했다"며 "하지만 도심이 쇠퇴하면서 이전을 결정하게 됐고 센터 측에서 청학서점의 역사성을 살려야 한다며 유휴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쓰면 어떻겠냐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청학서점은 문화사랑방이다. 지난 2013년 고전읽기 동아리를 시작으로 6개 동아리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이 매니저가 기획·진행한 밀양문화재단의 인문학 프로그램 '독(讀)한 엄마'가 청학서점에서 열려 인기를 끌었다. 올해 하반기 7월 비대면 키트 제작, 8월 독서감상회, 9월 음악회, 10월 연극, 11월 '겨울 나그네' 전곡 연주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린다.

이 매니저는 청학서점을 두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그걸 통해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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