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체험장 곳곳 설치미술작품, 주변 재료 활용해 자연에 녹여
목포늪 한쪽에 있는 시조문학관, 입구 나무 그늘길 운치 매력적

국내 최대 천연 습지, 1억 년을 이어온 생태계 보고, 세계인이 인정하는 람사르 습지. 모두 창녕 우포늪을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우포늪은 경남을 대표하는 생태 여행지다. 우포늪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창녕군 유어면 우포늪생태관을 찾는다. 안내소와 넓은 주차장까지 있으니 우포늪을 대표하는 장소라 할만하다. 이곳에 차를 대고 걸어서 전망대나 대대제방에 오르면 눈 아래 우포늪과 주변 논밭 풍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우포늪을 제대로 느끼려면 둘레길을 걸으면 된다. 30분, 1시간, 2시간, 3시간, 3시 30분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여기에다 우포늪 주변 '문화예술 산책'을 더해본다. 실제 우포늪 주변으로 둘러볼 만한 문화예술 공간들이 몇 곳 있다.

'우포늪에 수제 햄버거집이 있다고?'

▲ 우포시조문학관 내 습지 정원. /이서후 기자
▲ 우포시조문학관 내 습지 정원. /이서후 기자

호기심에 찾아간 곳은 창녕군 대합면 가시연꽃마을에 있는 카페와 식당을 겸한 '우포로와'라는 곳이다. 우포늪을 자주 찾는 이라면 여러 번 지나쳤을 신당마을 도롯가에 있다. 너른 들판을 끼고 있어, 안에서 내다보는 풍경이 나름 근사하다. 시골에서 만나는 '도시적인 음식'이라 색다른 기분이다. 바로 옆 '우포버들국수'도 제법 손님이 찾는다. 창녕 출신 송미령 시인이 운영하는 이 국수집에서는 더러 문화 이야기가 꽃피는 사랑방이 열리기도 한다.

이어 찾은 곳은 차로 3∼4분 거리에 있는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우포생태체험장이다. 2016년 7월 1일 개장했는데, 무려 축구장 12개 합한 넓이다. 생태박물관도 있고, 쪽배타기, 미꾸라지·논고동 잡기, 곤충 체험 같은 체험활동도 많이 한다.

여기에 또 다른 이색 볼거리가 있는데, 체험장 곳곳에 설치된 자연설치미술 작품들이다. 2017년과 2019년에 열린 우포자연미술제가 남긴 선물이다. 대만, 인도네시아, 영국, 독일, 몽골,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자연설치미술가들이 주변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근처에서 얻은 재료를 사용해, 체험관 내 적당한 공간에 작품을 설치했다. 주로 나뭇가지, 대나무, 갈대 같은 것으로 만드는데, 주변과 최대한 잘 어우러지게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받는 인상은 상당하다. 작품들이 넓은 공간에 흩어져 있어 다 둘러보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 우포시조문학관 입구 나무 그늘길. 매년 이곳에서 우포시조문학제가 열린다.   /이서후 기자
▲ 우포시조문학관 입구 나무 그늘길. 매년 이곳에서 우포시조문학제가 열린다. /이서후 기자

우포생태체험장에서 다시 차로 5분을 달려 창녕군 이방면 안리에 있는 우포시조문학관을 찾았다. 우포늪 4개 습지 중에서 목포늪 한쪽에 있는 2층 건물이다. 원래는 우포늪 보전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환경단체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실 건물이다. 물론 지금도 1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고, 2층을 문학관으로 쓰고 있다.

2016년 처음 개관할 때는 이우걸문학관이었다. 창녕에서 태어나 40여 년 현대시조의 길을 개척한 이우걸 시조시인 이름을 붙였다. 우포시조문학관으로 바꾼 지금도 관장은 이우걸 시인이 맡고 있다.

문학관에는 이우걸 시인이 낸 책들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 시인이 쓰는 조그만 작업실도 있다. 작은 문학관이지만, 매년 여름의 끝자락이면 입구 나무 그늘서 운치 있게 우포시조문학제가 열린다.

▲ 우포생태체험장 곳곳에서 자연설치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강희준 작가의 작품. /이서후 기자
▲ 우포생태체험장 곳곳에서 자연설치미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강희준 작가의 작품. /이서후 기자

우포늪에서 가까운 창녕군 이방면 안리에 산토끼노래동산을 둘러봐도 좋다. 국민 동요 '산토끼' 발상지가 창녕인데 이를 주제로 만든 공원이다. 이곳은 아이들하고 가면 즐거운 게 많다.

우포늪 주변에 사는 예술인도 많다. 대합면 주매마을에는 노래하는 우창수·김은희 부부, 유어면 대대마을에 태극화가로 유명한 유진수 한국화가, 유어면 세진마을에는 우포늪 작가로 알려진 정봉채 사진작가 같은 이들이 우포늪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하고 있다.

 

우포늪에서 만난 사람들

◇그림 그리는 유진수 씨 = '태극'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유진수(56·사진) 작가는 10여 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유 작가가 거주하며 작업하는 공간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옛집이다. 창호지 발린 여닫이문, 툇마루, 마당을 보니 외할머니댁에 놀러 온 것 마냥 정겹다. 그가 손님과 함께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공간에 앉아 여닫이문을 활짝 여니 우포늪이 한눈에 보인다.

▲ 유진수 작가
▲ 유진수 작가

유 작가는 "원시적 생명력, 생태계의 보고인 우포늪은 어릴 적 저에게 놀이터나 다름없었다"며 "친구들과 헤엄치고 마름(연못이나 물 위에서 자라는 한해살이 풀의 열매)도 따먹고 유년의 기억이 깃든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기억을 꺼내 작품으로 풀었다. 유 작가는 방 한쪽에 걸려있는 작품들을 가리키며 "초등학교 3~4학년 때 대대제방에서 자전거를 배웠고 우포늪에 있는 미루나무를 연필로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유 작가의 호는 '한터'다. 한터는 하늘, 크고 넓은 곳이란 뜻으로 그가 나고 자란 대대마을의 우리말 지명이다. 고향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오는 10월 창녕문화예술회관에서 14번째 개인전을 연다. "고향에서 제대로 된 전시를 여는 건 처음"이라며 "지난 1996년 서울 롯데화랑을 시점으로 그간 작업한 작품을 추려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 유진수 한국화가가 자주 그리는 우포늪 미루나무. /이서후 기자
▲ 유진수 한국화가가 자주 그리는 우포늪 미루나무. /이서후 기자

◇노래하는 우창수 씨 = 부산에서 활동하던 가수 우창수(53·사진) 씨가 부인 김은희 씨와 창녕 우포늪 주매마을에 터를 잡은 건 지난 2014년부터다.

그는 그간 '개똥이 어린이예술단'을 만들어 아이들이 쓴 글에 음률을 입혔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과 정의를 노래로 부르며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라는 공연을 했다. 창작동요집과 음반을 냈고 영화 음악도 작곡했다.

그런 우 씨가 창녕에 자리를 잡은 건 우포늪의 비릿한 물냄새가 좋아서다. 그는 "고향은 아니지만 6~7살 무렵 3년 동안 도천면에 살았다"며 "그러다 우연히 부산에 있을 때 녹색연합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당일치기로 우포늪에 왔고 그때 맡았던 깊은 물냄새, 비릿한 물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고 말했다.

▲ 가수 우창수 씨
▲ 가수 우창수 씨

우 씨는 지난 2017년 우포늪 생태체험장 앞 옛 주매마을회관 1층에 '개똥이 마을책방'을 열었다. 2층은 살림집 겸 작업실이다.

그는 우포늪은 계절마다, 아침과 저녁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우포늪의 겨울을 좋아하는 우 씨는 "봄은 새순이 돋아나는, 생명이 꽃피는 따뜻함이 있고 여름은 물풀들의 향연이 펼쳐진다"며 "가을은 햇살과 노을이 좋고 겨울은 나뭇잎을 떨군 왕버들 군락의 모습이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관광버스를 타고 한 시간만 머물다 가는 건 100분의 1도 우포늪을 못 느끼는 법"이라며 1박 2일 코스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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