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자연에 접한 예술, 관광 효과 최고
지역 미래 책임지려면 문화마인드 필수

책 속에 그려진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봤던 풍광을 실제 맞닥뜨릴 때 신기함은 예감보다 강렬하다. 보고자 계획했던 풍경이 아니었을 때 더욱 감동이 세다.

전남 함평군 대동마을에서 만난 구멍가게 향교슈퍼가 그랬다. 지인이 고향에 새로 집을 지었다고 해서 들렀다가 화가 이미경 씨가 펴낸 책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속 향교슈퍼를 눈으로 직접 봤다. 화가는 전국의 구멍가게 풍경을 펜으로 그려왔다. 향교슈퍼는 함평향교 맞은편에 있는 작고 낡은 슈퍼였는데, 슈퍼 앞 평상과 커다란 나무가 삶에 지친 도시인들을 평안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지인은 유명 화가의 그림에 나오는 구멍가게라며 자랑했다.

강원도 강릉시 정동진에서 구경한 하슬라아트월드도 반나절 투자가 아깝지 않았다. 강릉이 고향인 화가 부부가 정동진역 근처에 땅을 사서 갤러리를 짓고 그들의 작품을 내부 갤러리와 자연 속에 설치해 놓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다.

아트월드 입구에 들어서면 강릉의 주요 인물인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조각상이 밭에 심겨 있다. 그 옆 벽면 위로는 일에 지친 샐러리맨이 백척간두에 서서 하늘을 향해 날아가려는 모습의 조각상이 보인다. 내부에서는 부부의 미술 세계와 예술 감각이 드러나는 현대미술관을 본 뒤 그들 작품으로 만들어진 카페에서 동해를 보며 차를 마시는 여유를 누린다. 다시 지하로 가서 가족이 함께 체험할 수 있는 피노키오 전시관을 본 후 자연으로 나오면 조각 공원이 시작된다.

산 중턱까지 이어진 공원을 오랜 시간 돌아도 지치지 않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표정으로 얘기를 건네는 조각 덕분이다.

개인재산을 털어 가꾼 수목원을 볼 때면 황홀경에 빠진다. 후세에 물려줄 공간으로 이처럼 훌륭한 관광지가 있을까 싶다. 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경기도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은 사진으로 담지 못하는 경치다. 원예학과 교수가 꾸민 수목원답게 나무와 꽃과 정원과 길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인이 만들어낸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은 생태와 자연이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은밀하며 바다가 보이는 풍경과 한옥이 일품이다.

최근 만난 예술은 대중과 가까이, 자연 속에 있었기에 접근하기 쉬웠다. 다른 관광지와 연계돼 있어서 지나치지않고 볼 수 있기도 했다.

며칠 전 민선 7기 후반기에 접어든 밀양시장과 창녕군수를 인터뷰했다. 밀양시장은 영남루, 의열기념관, 밀양아트센터, 밀양아리나(옛 밀양연극촌) 등과 연결 지어 최근 개관한 우주천문대를 인기 있는 관광지로 부상시키겠다고 했다. 창녕군수는 따오기 야생 방사에 성공한 우포늪과 함께 부곡온천관광특구에 힐링둘레길과 인공폭포를 만들고 있고, 임해정 부근에 낙동강을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를 구상 중이다.

관광은 곧 문화요 경제이며, 사람을 이끄는 예술이어야 한다. 미래 지속가능 도시 만들기는 온전히 자치단체장들의 문화 마인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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