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창단부터 팀 이끌어
"핸드볼과 결혼" 지도 헌신
'협회장배 준우승' 성장 견인

"사실 핸드볼하고 결혼했다. 중학교 3학년인 딸도 내 뒤를 이어 핸드볼을 하고 있다."

2016년 경남체고 핸드볼팀 창단부터 지금까지 팀을 이끌고 있는 이근미(45) 코치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제자나 딸이 이뤄주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핸드볼을 시작한 이 코치는 이후 실업팀 선수로 뛰면서 국가대표로도 선발됐지만 부상으로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한 아픈 기억이 있다. 그래서 유난히 '체력'을 강조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코치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10월 23일 충북 청주대에서였다. 1·2학년으로 구성된 선수단 7명. 교체할 선수 한 명 없는 출전선수 7명이 전부였다. 더구나 골키퍼는 핸드볼을 시작한 지 3개월 정도였으니 각 시도를 대표해서 나오는 전국체전에서 단 1승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지만 준준결승에서 인천비즈니스고를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 이근미 경남체고 핸드볼부 코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이근미 경남체고 핸드볼부 코치.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그런 경남체고 핸드볼이 확연히 달라졌다. 지금 선수단은 14명, 내년에는 15명이 된단다. 팀 자체적으로 청백전을 할 수 있다. 이달 초 열린 협회장배 선수권대회에서 여고부 준우승을 차지했다. 여고 핸드볼계의 최고 팀으로는 일신여고와 황지정산고가 꼽힌다. 풀리그로 진행된 협회장배 대회에서 경남체고는 2승 1패를 거뒀지만 황지정산고와 마지막 경기에서 22-26으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오는 13일 시작되는 태백산기 핸드볼대회에 출전해 이번에는 기필코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마산체육관에서 맹훈련 중이다.

이처럼 괄목할 성장 배경에는 이 코치의 헌신이 있었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대회에 출전해 지도하기도 했다. 그때 복중에 있던 딸이 이제 중3이 돼 핸드볼을 하고 있다. 원래 배드민턴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코치가 핸드볼로 바꾸라고 권유해 그렇게 됐단다. 왜 핸드볼이었을까?

"청소년기에 개인 종목보다는 단체 종목 운동을 하는 게 더 좋다고 봤다. '내'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 동료와 함께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는 게 단체 종목이다. 서로 이해하고 힘을 모으는 지혜를 배울 수 있어 종목 변경을 권유했다."

▲ 훈련 중인 경남체고 핸드볼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훈련 중인 경남체고 핸드볼부.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남편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마산에 있는 이 코치 부모님 집에 함께 살고 있는데 고3인 아들과 중3인 딸의 부모 역할은 물론, 남편에게 아내 역할도 부모님이 도맡아 해줬다고. "새벽같이 학교에 가서 아침 운동 지도하고 밤늦게까지 지도하다 보니 집안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참아준 남편에게는 언젠가는 꼭 갚아야 할 빚이 쌓여 가고 있다"는 이 코치.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할 것을 꿈꾸는 이 코치에게 힘을 싣는 일이 있다. 오는 8월 경남체고에 핸드볼 전용 체육관이 착공된다. "왕수상 교장선생님께서 핸드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내년 말쯤이면 훈련하러 학교가 있는 진주 진성에서 마산까지 오지 않아도 된다. 하루 마산까지 왔다 갔다 시간만 2시간인데 그만큼 훈련시간을 늘릴 수 있어 너무 좋다"고 이 코치는 말했다.

'우생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올림픽 금메달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국민을 울렸던 적이 있다.

경남체고에서 새로운 '우생순' 신화를 써내려가고자 하는 이 코치의 도전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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