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지적
시 "진주만의 특색 살릴 것"

진주시가 추진하는 비거테마공원을 둘러싼 시와 시민단체 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는 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시는 비거테마공원 조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시가 사업계획을 처음 밝힐 때는 '비거'가 진주성 전투 역사에 정사로 기록되거나 고증을 거쳐 사실로 입증된 것인 양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역사학자나 비행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조선시대에 자체 동력으로 하늘을 날아 30리(12㎞)를 비행했다는 이야기는 상상력으로 만든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들은 "시가 '역사'에서 '스토리텔링'으로 말을 바꿔가며 사업 추진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스토리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전쟁 중에 성주가 비거를 타고 성밖으로 날아간 이야기는 진주성전투의 왜곡이며 진주시민의 역사적 자긍심을 오히려 훼손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 진주같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거테마공원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종현 기자
▲ 진주같이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비거테마공원 사업 재검토를 촉구했다. /김종현 기자

사업 내용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들은 "비거 모형을 얹어 '비행(글라이딩)'이라고 이름붙인 '집라인'은 여러 지자체가 판박이로 설치하는 놀이시설이다. 조규일 시장이 추진하는 '진양호 르네상스 프로젝트'에도 집라인 설치 계획이 있어 시에 2개의 집라인이 들어서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상상된 허구와 전래동화 같은 판타지는 '스토리텔링'으로 그칠 일이다"라며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자존감을 자극하려는 의도로 집필됐던 '비거'이야기가 각색되고 과장돼 '역사'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된다면 결국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는 "여러 역사서와 교양도서·개인문집 등에 비거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관광콘텐츠화하는 것"이라며 사업 강행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오는 5일 개관하는 국립항공박물관과 공군사관학교 박물관, 국립과천과학관, 백제군사박물관 등에서는 비거를 제작해 진주성 전투에서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안내·전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비거는 역사적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단정할 수 없으며, 여러 문헌에 언급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른 시와 차별화되는 진주시만의 특색있는 공원을 조성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나간다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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