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다 체력훈련 집중
1·2·3학년 고른 기용 기조
"수훈선수는 포수 정준혁"

김해고의 전국대회 첫 우승은 '반짝'이 만든 기적이 아니었다.

팀을 사상 첫 전국대회 정상으로 이끈 박무승(48) 감독에게도, 김해고에게도 값진 우승이었다. 박 감독은 해태 시절 단 하루도 1군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은퇴했다. 마산용마고와 홍익대, 충주성심학교, 덕수고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 김해고 지휘봉을 잡은 뒤 약체로 분류되던 야구부를 전국대회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박 감독은 지난해 6월 22일 부임했다. 공교롭게도 황금사자기 결승전이 열린 날이 정확히 부임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박 감독은 "김해고 선수들을 처음 만난 날 우승을 해 감회가 새롭다. 이 기쁨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웃었다. 이어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이 격언을 선수들에게 늘 이야기하면서 우승을 꿈꿨다"고 말했다.

▲ 24일 만난 박무승 감독. /박종완 기자
▲ 24일 만난 박무승 감독. /박종완 기자

박 감독은 김해고와 첫 만남에서 아쉬움이 많은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야구 훈련보다는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수비를 위한 잔발 한 걸음을 더 위한 훈련이었다. 인터벌 훈련이나, 야구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이 아니었다. 수영장에서 15분 훈련 5분 휴식의 이른바 생존수영을 지시했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매일 삶은 계란 20개를 먹게끔 했다.

조금씩 몸에서 나타난 변화 속에 김해고는 지난해 협회장기 8강, 봉황대기 16강 등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홍익대와 덕수고 수석코치 시절 숱한 우승을 경험했던 박 감독에게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었다.

올해 코로나19로 대회가 연기된 것도, 무관중 입장도 김해고에는 득이 됐다. 아직은 부족했던 훈련량을 더할 수 있었고, 관중들이 많은 야구장에서 얻는 긴장감에서 자유로워짐에 따라 김해고가 해야 하는 '팀야구'를 할 수 있었다.

김해고의 전략은 뚜렷하다. 1번 타자 황민서나 2번 타자 허지원이 출루한 뒤 중심타자들이 해결하는 야구다. 황민서는 타격 후 1루까지 가는데 3.7초, 허지원은 4초가 걸릴 정도로 기동력이 뛰어나 출루만 한다면 상대 투수를 흔들수 있는 무기다. 여기에 김유성을 필두로 천지민, 김준수 등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내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박 감독이 기대했던대로, 생각한 대로 하나같이 계산이 들어맞았다.

▲ 김해고가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해 기뻐하는 모습. 결승전이 열린 지난 22일은 정확히 박무승 감독이 부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연합뉴스
▲ 김해고가 황금사자기 우승을 차지해 기뻐하는 모습. 결승전이 열린 지난 22일은 정확히 박무승 감독이 부임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연합뉴스

박 감독은 "대회 1회전부터 생각한대로 모두 흘러갔다. 심지어 결승무대에서도 강릉고에 리드를 허용한 채 1점 차로 쫓아가 7회부터 승부를 보자는 작전을 세우고 있었는데 이 역시 통했다"며 "계산이 서는 야구를 했다. 남은 대회에서도 이번 대회처럼 1학년부터 3학년까지 고루고루 선수단을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성의 성장세에 대해서도 직접 밝혔다. 부임 초기에는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꾸준한 체력훈련 덕에 최대구속 149㎞까지 나온다. 이번 경기에서도 149㎞대 직구와 변화구로 상대 타자를 상대했다. 14와 3분의 1이닝 동안 21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대회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유성이는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다. 무엇보다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다. 황금사자기 결승전 7회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결승무대라는 부담감 때문이었지 실력을 의심할 선수는 아니다"며 "포수 정준혁도 마찬가지다. 내게 있어 준혁이는 이번 대회 수훈선수다. 힘이 다소 약한 점이 단점이지만 포수 포지션에서 가장 중요한 척도인 수비 부분은 고교야구에서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제자들을 칭찬했다.

5년 전 박지영이라는 이름에서 박무승으로 바꾼 그는 이제 우승감독이 됐다. 그는 김해고의 선전은 NC의 선전과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해고가 잘할 수 있었던 데는 NC의 지원도 한몫했죠. 지역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NC도 올 시즌 기세를 계속 이어가 올해는 큰 일 한 번 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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