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추경 처리 위해 결단 전망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전체를 가져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은 오늘 내로 상임위원 명단 제출과 국회 정상화에 협조해줄 것을 마지막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통합당에 양보할 만큼 양보했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6월 내 통과는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국가 비상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선택하고 결정하고, 결과에 책임지겠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의 언급은, 통합당이 지난 15일 민주당의 단독 원 구성에 항의하며 상임위 일정 보이콧과 상임위원 명단 제출 거부를 이어가는 데 따른 것이다. 통합당은 관례에 따라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선임을 철회하고 제자리로 돌려놓지 않는 한 "차라리 18개 상임위 전부를 다 가져가라"고 주장하고 있다.

애초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 같은 말을 꺼냈을 때는, 협상용이나 엄포용 아니냐는 해석이 유력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이제 협상할 것은 없다. 양당 지도부 선택만 남았다"며 "지금 와서 (민주당이 통합당에 협상안으로 제시한) 7개 상임위를 가져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갖고, 통합당은 상임위원으로서 야당의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도 원 구성 협상 초반에는 18개 상임위 독식 의지를 스스로 드러내기도 했으나, 이때는 통합당 압박용 성격이 짙었고 막상 현실로 닥치자 당황하는 기류가 읽힌다.

민주당의 독주가 지나치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는 데다, 국정에 대한 책임이 강화돼 더 이상 "통합당이 발목 잡는다"는 식의 핑계가 통할 수 없는 까닭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기 침체에 남북관계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 같은 정치 지형은 민주당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통합당 한 의원은 "우리 국민이 가장 경계하는 게 쏠림과 독주"라며 "행정·사법부를 장악한 가운데 이번에 초유의 의회 독식이 이뤄진다면 대선을 앞두고 견제론과 심판론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고심 끝에 결국 '정면돌파'를 택한 듯 보인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조속한 처리를 요구한 3차 추경안이 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금은 일분일초에 우리 경제의 운명이 걸린 매우 중차대한 시국"이라며 "이번 주 내에는 반드시 국회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추경 심사에 돌입해야 한다. 통합당이 이를 거부하면 민주당은 비상한 결단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예산결산특위 등 3차 추경 처리에 필요한 상임위만 일단 구성하거나, 한시적으로 전체 상임위를 구성한 뒤 애초 통합당 몫을 하나하나 넘겨주자는 절충안도 나오지만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통합당 내에도 법사위를 법제위와 사법위로 분리하거나, 전반기·후반기 2년씩 번갈아 양당이 나눠 맡는 방식을 제기하는 협상파가 있지만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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