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취미랄 게 없는 나, 비정상일까요?" 그의 질문에 오래전 기억이 떠올랐다. 이력서를 쓰는데 취미를 쓰는 칸에서 한참 머뭇거렸던. 혼자 극장에 가는 것도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회식은 금지됐고 동창회 같은 모임들도 기약 없이 미뤄졌다. 가족이 한데 모이는 일도 줄었다. 별수 없이 이전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벌써 몇 달째….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무얼 하며 이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하고, 별다른 것 없이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도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어느 기사에서는 취미도 진화하고 있단다. 인터넷 상점에선 이런저런 것들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재료·도구 꾸러미가 많이 팔렸다고 한다. 실내운동 기구와 도구도 인기란다. 취미로 해볼 만한 것들을 추천해주고 동영상 강의와 재료를 제공해주는 웹사이트도 생겼다. 종류가 다양해서 둘러보는 데에만 한참이 걸린다. 이용자들도 늘었다고 하니 도움이 되긴 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세계 인구가 몇인데 그 많은 사람이 비슷한 것에서만 재미를 느낀다는 건 애당초 가능한 일이 아니다. 흥미가 생기는 걸 당장 찾지 못한다고 우울해할 필요가 없으며, 나는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사는가 하며 자책하는 건 가혹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린이 이후에 잘 노는 법'에 대해 배우거나 공부하지 못했다. 어딘가로 항상 달려가는 삶이 바람직하다는 말에 떠밀려 살았고, 욕망대로 사는 건 금기가 됐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볼 틈도 없이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엇에서 재미를 느끼는지 고민하는 건 늘 뒤로 미뤄오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부터 찾으면 된다. 심심할 땐 평소 하던 대로 텔레비전을 보고 친구와 대화앱으로 수다를 떨자. 영화도 책도 보고 청소도 하고 산책도 하자. 내 취미가 평범하면 어떤가. 그러다가 문득, 외로울 땐 물구나무를 선다는 혹자처럼 좀 별스러운 재미를 찾아낼지도 모른다. 뭐 어떤가. 내가 즐거우면 그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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