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정치 동아리 포도당
1만 회원 모집 목표 활동
"희망은 품는 자 몫"강조

오는 2024년 4월 22대 총선을 겨냥한 '시민 정치 동아리'가 창원에 생겼다.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포도당(gluco-party)'. 포도당(glucose)이 세균부터 인간까지 생명에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라는 점에 착안했다. 포도당은 우리 뇌에 필수적이다. 포도당이 부족하면 뇌는 생각을 정지한다.

창원의 포도당은 단 한 번도 총회나 모임을 하지 않았다. 주 활동무대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채널이다.

고민의 시작은 미래통합당이 5석을 석권할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창원의 정치지형을 바꾸기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 운영자 최원호 씨가 4·15 총선 직후 몇몇 지인들과 함께 포도당 구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다.

▲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 운영자 최원호 씨는 지인들과 함께 포도당을 구성했다. /최원호 페이스북
▲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 운영자 최원호 씨는 지인들과 함께 포도당을 구성했다. /최원호 페이스북

최 씨는 1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이번 총선에서 창원의 결과가 과연 높은 보수의 벽, 시민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기존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은 어땠나. 중재 등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거다. 똑같이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시민이 직접 나서 지역의 참신한 후보를 발굴하고 그가 선거에서 겪을 경제적 장벽을 넘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포도당의 1차 목표"라고 강조했다.

포도당의 정관을 보면 뭘 하려는지 뚜렷이 보인다. 정관 첫 구절은 '우리는 2024년 4월 10일에 시행될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오직 창원시 5개 선거구의 '민주노동환경인권' 세력의 승리라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뭉친 자발적 독립적 시민들의 정치 동아리'라고 단체 성격을 규정했다.

이어 '포도당은 기성의 어떠한 정당과 노조와 시민단체도 초월한 독자적인 모임으로, 각 회원의 소속과 무관하게 오직 우리 내부의 자유로운 토의 토론 경쟁 설명 설득 및 최종 투표에 의해서만 사안을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정관은 또 구체적으로 단 한 차례 회비 1만 원만 내는 회원을 모아 전 회원 투표로 각 지역구 단일후보(회원의 추천이 있다면 비회원도 가능)를 정하고, 또 후보들의 요청에 따라 누적된 회비를 추렴(1/n)해 연 0.1%의 이자로 2023년 12월 1일(예비후보 등록일 전)부터 6개월간 대출한다고 밝혔다. 이자수익 및 원금 전액을 돌려받아 선거 종료 이후 2024년 5월 31일 이전까지 역시 내부 투표로 선정된 봉사단체(복수일 수 있음)에 전액 기부하겠다고 했다. 4년 한정 프로젝트이자, 자동 해산하는 모임인 셈이다.

▲ 정치동아리 '포도당'이 경남도민일보에 실었던 동아리 소개 겸 신문사 응원광고. /포도당
▲ 정치동아리 '포도당'이 경남도민일보에 실었던 동아리 소개 겸 신문사 응원광고. /포도당

이 밖에도 정관은 '현안에 대해 투표를 제안하고, 후보를 추천하고, 또 나서는 그 모든 권리는 모두 회원 각각이 동등하게 가질 것이며, 이 모든 의사진행 과정은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일반 룰에 준한다. 비록 강제성은 없으나 이 자발적 약속을 자의로 어길 경우 그 도덕적 비난은 무엇보다 엄중할 것'이라고 했다. 운영규칙에 따라 3회 이상 가입·탈퇴를 반복한 이는 영구 차단된다.

최 씨는 포도당의 실험이 최초는 아니라고 했다. 10년 전 영화배우 문성근이 주도한 '유쾌한 100만 민란 프로젝트'와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해결방법이 궤를 같이한다고 했다. 당시 문성근은 민주정부를 세우고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동하는 양심, 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었다.

최 씨는 "돈키호테의 꿈 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1만 명 정도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참신한 젊은 후보를 찾아 경제적 지원을 한다면 뭔가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재 회원은 30여 명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바뀌는 것을 기대하는 것보다 지금부터 천천히 한 사람씩 만나 나가겠다. 희망은 품는 자의 몫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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