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관리실 진두지휘한 임수진 과장·배인숙 팀장
"끝 안보여 고통스러울 때 동료와 시민 격려 큰 힘"
지역 감염병 대응력 강화 병원 간 협업망 구축 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전담 치료해온 경남도립공공병원 마산의료원이 지난 18일 외래진료와 선별진료소 운영을 재개했다. '총성 없는 전쟁터'로 비유될 만큼 불안과 긴장이 감돌았던 감염병전담병원을 다시 일상 속으로 되돌린 영웅은 단연 병원을 지킨 사람들이다. 의료진을 포함해 청소·방역 노동자, 총무과, 영양사들의 숨은 조력이 바탕이 된 가운데, 이 모든 이들의 중심 역할(컨트롤타워)을 한 곳이 바로 '감염관리실'이다. 마산의료원 감염관리실 임수진(36·호흡기내과 과장) 실장과 배인숙(50) 감염관리실무 전문간호사를 만나 지난 넉 달간 울고 웃었던 병원 생활을 들었다.

▲ 코로나19 현장 의료진으로 활약한 마산의료원 감염관리실 임수진(왼쪽) 호흡기내과 과장과 배인숙 감염관리실 팀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코로나19 현장 의료진으로 활약한 마산의료원 감염관리실 임수진(왼쪽) 호흡기내과 과장과 배인숙 감염관리실 팀장.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전파력이 높은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내 감염관리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감염관리실은 평소 감염 감시 활동을 하며 직원 교육·훈련을 하지만,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면 직원과 내원객 안전을 책임지며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대처 절차, 동선, 환경 관리 등 계획을 마련한다. 부서별 협조 사항을 확인하고 병원 현장 모니터링, 외부 상황을 파악하고 직접 환자 치료에 투입되기도 한다. 의사·간호사 2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마산의료원 감염관리실은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설 연휴도 병원에서 보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 실장 별명은 '임동선'이 됐다. 임 실장은 "사태 초기에는 정보가 없어 이 정도까지 확산될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지침도 명확하지 않았다. 병원 구조를 바꿀 수 없으니 실제 감염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모두에게 불편과 피해가 없도록 동선을 짜고, 의료진 복장, 치료 후 처리, 외부 소통, 공문 처리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염두에 둔 것은 환자와 직원의 안전이었다"고 말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오히려 건강이 염려돼 쉬라는 주위 독촉에도 감염관리실 사람들은 쉬는 날에도 출근하고 병원과 집만을 오가며 철저히 격리된 생활을 했다.

임 실장은 "감염관리실은 현장에서 감염 불안을 느끼는 전 직원과 환자들의 중심이 돼야 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은 전혀 무섭지 않았다. 다만, 감염 확산 방지 지침을 만들고 감시하는 곳에서 혹여나 감염자가 나온다면, 다른 직원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고 넉 달간 커피 매장 한번 가지 않았다"고 했다.

배 팀장 역시 방역 현장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고 토로했다. 배 팀장은 "레벨D 방호복으로도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자 확진 환자를 직접 만나고 검사했다. 또 병원에서 숙식이 제공되지만, 방역복을 입고 벗을 때 우리가 만든 지침대로만 하면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집으로 향했다. 가족과 이웃에 혹시나 피해가 갈까 두려운 마음은 우리도 같다. 지금도 화장실이 있는 개인방을 쓰고 밥도 따로 먹으면서 더 엄격하게 자체 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12시간 후 확진 판정 결과가 나오면 새벽 2·3시에라도 병원으로 달려오는 일상을 보냈다.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임 실장은 "초반에는 밀려드는 일을 처리하기 바빠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사태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국외유입 확산으로 다시 재확산 조짐을 보였을 때 끝이 보이지 않아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배 팀장은 "4월 5일 마산의료원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을 때 정말 힘들었다. 6년째 감염관리실 업무를 하면서 바라는 것은 적어도 마산의료원 직원과 내원자 중에는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었다. 확진자 개인의 잘못은 전혀 없기에 혹여나 마음고생을 할까 이틀간 전 직원 검사를 진행했고 음성 판정을 확인시켜 빠르게 불안을 해소했다"고 말했다.

▲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 모습. 직원들이 출입자 체온검사와 손소독 등을 하고 있다. 마산의료원은 2월 27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진료하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 5월 18일 일반 진료가 재개됐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의료원 모습. 직원들이 출입자 체온검사와 손소독 등을 하고 있다. 마산의료원은 2월 27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등을 진료하는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다. 5월 18일 일반 진료가 재개됐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힘든 시기, 도망치고 싶어 같이 부둥켜안고 운 적도 있지만 이러한 심리적인 압박과 한계를 넘어서게 한 것은 바로 '연대의 힘'이었다.

감염관리실에서 6년 근무를 하며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은 배 팀장은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위로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감염관리실로 발령 받고 6개월째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맞았을 때, 배 팀장은 물어볼 곳도 의지할 곳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배 팀장은 "메르스 때는 체계가 잡히지 않아 우왕좌왕하며 더 힘든 시간을 보냈다. 외롭고 힘든 업무라는 걸 잘 아는 전 감염관리실장이 매일같이 찾아 식사를 챙겨주고, 병원 의사들이 낑낑대며 허리를 펼 수 있는 큰 의자를 끌고 와 건네는 위로 한마디가 힘이 됐다. 확진자를 관리하는 어린 간호사들이 더 무서울 텐데 꿋꿋하게 견뎌주는 걸 보면 고맙고 힘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염관리실 3년 차인 임 실장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서 '사람'을 얻었다고 했다. 2015년 메르스 때와 코로나19 때를 비교하면 감염관리실 위상과 대응이 확연히 달라진 것 또한 큰 성과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내 대형 병원 감염내과 교수들은 끈끈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마산의료원은 경증 환자를 진료하는데, 중증 환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병원에 병상이 비어 있고 적합한 치료는 무엇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 대화방을 통해 즉시 대처가 가능하다.

임 실장은 "배인규 경상대학교병원 교수님을 중심으로 각 대형 병원 교수들이 밤늦게 전화를 해도 흔쾌히 도움을 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두 달여간 마산의료원에 파견 나온 삼성창원병원 위유미 교수는 주말에도 나와 확진자를 함께 보살피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급박한 상황이 발생해도 혼자가 아니라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안정감은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국내는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안정화되며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아직 위협적인 상황이다. 두 사람에게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밤낮없이 땀 흘리며 헌신하는 수많은 의료진에게 응원 메시지를 부탁했다.

"넉 달간 이번 사태를 겪으며 가장 힘이 되는 말은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말이었어요. 한쪽에 치우치진 않았을까, 잘못된 판단은 아닐까 하고 괴로워할 때 그 한마디가 위로가 됐어요. 의료진을 포함한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분들이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만으로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임수진 실장)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를 때 '고맙다, 네가 있어 든든하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내가 있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각자 자기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낸다면 이번 일도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또 감염병만큼은 큰 국가에서 작은 국가에 도움을 줘 전 지구적으로 연대했으면 합니다."(배인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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