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큰들 〈최참판댁 경사났네〉 코로나 후 첫 공연 열어

원망스럽게도 비가 내렸다. 그래도 아침 일찍부터 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의 마음은 설렜다. 마당극 전문극단 큰들로서는 장장 5개월 만의 첫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9일 오후 2시부터 하동군 악양면 최참판댁에서 열린 상설공연 <최참판댁 경사났네> 이야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으면 3월 1일에 맞춰 시작했을 공연이었다. 관객들과 어우러져 신나게 공연을 해야 숨을 쉬는 것 같은 큰들 단원들에게 지난 두 달은 너무 길었다.

비가 많이 오기에 토지 세트장 용이네 집 앞에서 시작하던 떠들썩한 길놀이는 생략했다. 이날은 최참판댁 안채 마루가 무대가 됐다. 이날 공연이 179회째인데, 마루 공연은 처음이라고 했다. 공간이 좁아서 불가능한 장면들이 많았기에 1시간짜리 공연을 30분으로 줄였다.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비 내리는 처마 밑으로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첫 공연을 축하하러 달려온 오랜 팬들도 있었다.

▲ 지난 9일 하동 최참판댁에서 열린 극단 큰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 장면.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날 공연은 비가 와서 안채 마루에서 진행했다.  /이서후 기자
▲ 지난 9일 하동 최참판댁에서 열린 극단 큰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 장면.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날 공연은 비가 와서 안채 마루에서 진행했다. /이서후 기자

"오랜만입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셨습니까. 우리는 잘 못 지냈습니다. 언제나 공연을 하나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코로나 이후 첫 공연입니다. 맘이 설레서 지난밤에 잠을 잘 못 잤습니다."

좁은 마루 위였지만 공연을 하는 단원들은 즐거워 보였다. 공연을 하지 못했던 지난 다섯 달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큰들이 산청에 마련한 보금자리 산청마당극마을에서 처음으로 아이가 태어났다. 새로 젊은 단원 3명이 들어왔고, 젊은 단원들을 중심으로 상설공연을 담당할 공연 2팀도 꾸렸다. 군대에 갔던 단원과 아파서 쉬던 단원도 복귀했다. 이제 올해 공연만 신나게 하는 일만 남았다.

큰들 공연은 몇 번이나 본 공연인데도 매번 재밌다.

매번 상황에 맞게 대사와 동작을 조금씩 바꾸기 때문이다. 관객을 즉석에서 섭외해 진행하는 혼례식 장면은 당황하는 관객 때문이라도 언제나 큰 웃음을 준다.

▲ 지난 9일 하동 최참판댁에서 열린 극단 큰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날 공연은 비가 와서 안채 마루에서 진행했다.  /이서후 기자
▲ 지난 9일 하동 최참판댁에서 열린 극단 큰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 공연을 보고 있는 관객들. 5개월 만에 이뤄진 이날 공연은 비가 와서 안채 마루에서 진행했다. /이서후 기자

공연이 한창 진행 중인데 문득 비를 뚫고 제비 한 마리가 마당으로 날아든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처마 밑을 떠도는 모습이 마치 공연을 축하하는 모습 같았다.

30분짜리 공연이라 내용 전개가 아쉬웠지만, 공연을 본 관객들은 '재밌네, 색다르네!'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 갈 길로 흩어졌다. 공연을 마치고 큰들 단원들이 마루 위에 걸터앉아 단체사진을 찍는다. 오랜만에 신명나게 놀았다는 듯 단원들의 얼굴이 환하게 빛난다.

다행히도 10일은 날이 맑아 오전 11시, 오후 2시 공연은 평소처럼 진행했다. 큰들 마당극 <최참판댁 경사났네>는 매달 격주 토·일요일에 최참판댁 안채 마당에서 벌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큰들 누리집이나 SNS를 확인하거나 055-852-6507로 연락해 물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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