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궐선거 당시 창원축구센터 난입
모르쇠로 일관 말고 선거법 개정 나서라

와신상담 끝에 다시 선량이 된 창원 성산 강기윤 당선인을 축하한다. 하지만 이는 '영혼 없는 축하'일 뿐, 진심에서 나는 축하를 하기에는 내가 그리 너그럽지 못하다.

강 당선인 처지에서는 '또 그 소리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또 경남FC 얘기를 해야겠다.

지난해 4·3 보궐선거를 앞둔 3월 3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창원 성산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창원축구센터에서 선거운동을 벌인 일이 있다. 이 때문에 경남FC 구단은 경기장 내 정치 행위를 금지한 FIFA 규정 위반으로 연맹에 2000만 원이라는 제재금을 내야 했다. 당시 2000만 원이면 고졸 신인 선수 1명을 1년간 계약할 수 있는 돈이었다. 한마디로 한 젊은이의 인생 앞길을 막은 것이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과 황 대표, 강 당선인은 이후 경남 구단에 어떠한 배상이나 보전 등의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당원 단체 대화방에서 그달 8일 열리는 울산현대와 홈경기에 단체 응원을 가자는 내용이 공유되기도 했지만, 실제 단체 응원전이 이뤄졌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4·15총선 전 우파 성향이 강한 한 커뮤니티에 창원 성산 관련 전망이나 여론조사 결과가 공유되면 '아… 뭐 그…'(아 그때 창원축구센터 난입했던 그 후보?)라거나 '여긴 아쉽지만 손절'('손해보더라도 판다'는 주식용어를 써서 여기는 미래통합당 지지를 철회한다) 등의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이 커뮤니티 내 대강 공유하는 선거 결과는 미래통합당이 최소 150석, 최대 160석은 될 전망이었다. 그런 우파 지지자들 사이에서마저 강 당선인은 저런 평가를 받았다.

강 당선인은 법원에서 창원축구센터 난입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것으로 자신의 죄과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이야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욱일기를 올림픽 경기장에서 응원 도구로 쓸 수 없게 해달라는 청원이 몰렸다. 일제의 전범기인 욱일기가 어느 나라 어느 법령에 위반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IOC나 FIFA나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고, 경기장 내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서다. 이렇게 정치적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가능성도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강 당선인은 선거법 뒤에 숨어있지 말고 지난 잘못에 책임을 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어렵게 뒤늦게 K리그가 개막했지만 무관중이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공직선거법 개정에 힘써달라. 선거법 29조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장소'에서 문화·예술·체육 행사가 열리는 공간을 제외해달라. 그래야 다시 애먼 구단이 날벼락 맞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이제 이달 말이면 '국회의원'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입법권을 여기에 가장 먼저 쓴다면 경남 팬들도 진정성을 인정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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