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에도 행인 보기 어려워
식당·주점 내 거리 두기는 미흡
밀집 공간 행동지침 마련 필요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을 연장한 가운데, 평일 창원시 번화가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거리 두기 원칙을 지키지 않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지난 7일 저녁 창원 시내 번화가인 상남동·합성동·월영동 일대를 찾았다. △외출 자제 △2m 거리 준수 △마주보지 않기 등 국민행동지침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오후 7시 전후 상남동 일대를 둘러보니 외출 자제는 어느 정도 지켜지는 모양새였다. 간판 불빛이 여전히 거리를 환히 밝혔지만 지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50여 분 동안 구석구석을 돌아봐도 사람보다 차가 더 많을 정도였다. 이따금 오가는 사람들은 3∼4명씩 무리를 지어 어딘가로 향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있었다.

마산회원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거리는 상남동보다 더 인적이 드물었다. 아예 간판불이 들어오지 않은 가게도 심심찮게 있었다. 마산합포구 월영동 경남대 앞 댓거리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는 영향으로 보인다.

상남동 한 고깃집에서 막 식사를 마치고 나온 ㄱ(53·상남동) 씨는 "와! 답답해 죽는 줄 알았는데 이제 살 것 같네"라고 소리쳤다. 그는 "보다시피 가게에 손님이 별로 없다.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며 외식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ㄱ 씨 말처럼, 저녁시간인데도 손님이 많은 가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거리 두기 지침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 고강도 거리 두기 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7일 저녁 찾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창우 기자
▲ 고강도 거리 두기 기간이 연장된 가운데 7일 저녁 찾은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 일대는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창우 기자

우선 일행끼리는 '마주보지 않기' '2m 거리 준수' 지침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4인 테이블이 기본인 곳이 많아 4명 일행이라면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 2명이라도 한 방향으로 앉은 사람들은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일행 중 확진자가 있다면 감염 위험은 대단히 커진다. 몇몇 가게들은 출입구 앞에 '방역·소독 완료' '손소독제 비치' 등을 써붙여 놨다. 하지만 '마주보고 앉아 식사하지 않기'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안내하는 곳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일행으로부터의 감염 위험은 비교적 낮아 보였다.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 대부분은 다른 일행과 한 테이블씩 사이를 두고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간 거리는 대체로 1m 미만이었지만 한 자리 건너 앉으면 넉넉히 2m가 확보됐다. 빈자리가 많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옆 테이블과의 거리는 잘 유지되는 듯했지만 앞뒤 테이블은 그렇지 못했다. 등을 돌리고 앉아 불안감이 덜한 까닭으로 보였다.

다른 곳과 달리 손님이 많은 술집도 거리마다 두세 곳 있었다. 상남동 한 맥줏집은 거의 모든 테이블에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경남대 앞 한 포장마차도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두 곳 모두 테이블 간격이 30cm 정도에 불과하고 자리도 좁았다. 이런 곳은 다른 일행들과도, 같은 일행끼리도 사회적 거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게 안에 있다 잠시 담배를 피우러 나온 대학생 ㄴ(22) 씨는 "우리가 올 때 지금처럼 꽉 차 있었다면 굳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람이 얼마나 올지는 예상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6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한 테이블 배치, 그에 맞는 착석 요령 등 개인별·상황별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 필요도 있어 보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