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만 7275명 결식아동 일부 한 끼 챙겨 먹기도 어려워
지원비용 하루 1인 4500원 식재료·즉석식품 대체해 배달
현금으로 지급받는 아이도 밥값 모자라 편의점만 전전

"전염병이 아니라 굶어 죽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살기 위해 폐지를 줍고, 하룻밤 잘 곳을 애타게 찾는 이들이 있다. 마스크는 가난한 자에게 닿지 않고, 이들을 위한 정부 지원책은 더디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생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만났다.

 

#백준현(가명·12) 군은 한 부모 가정 자녀로, 엄마가 식당에 일을 나가면 온종일 9살 여동생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엄마는 남매가 잠을 자고 있을 때 출근해 오후 7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평소 다니던 지역아동센터에서 일주일에 두 번 점심때 햄버거나 컵밥, 즉석 떡볶이, 과자 등을 가져오면 이날 첫 끼가 된다. 다른 날에는 엄마가 밥을 준비해놓고 가지만, 잘 챙겨 먹지 않는다. 백 군 남매는 "밖에 나가지 마라"는 엄마의 확인 전화에 둘이서 종일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어젯밤 잘 때 입었던 내복은 엄마가 퇴근해서 올 때까지 그대로인 채다.

▲ 세 차례 개학 연기로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들의 불안정한 생활도 길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세심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결식아동 일부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 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 세 차례 개학 연기로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들의 불안정한 생활도 길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세심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결식아동 일부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 하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3번의 개학 연기로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들의 불안정한 생활도 길어지고 있다. 결식아동은 학기 중 점심밥은 학교 급식으로, 저녁밥은 지역아동센터 급식으로 두 끼니가 해결됐다. 하지만, 불가피한 개학 연기 상황에서 세심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아 결식아동 일부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실정이다.

▲ 경남 한 지역아동센터가 한 끼 4500원 지원금과 후원금을 보태 결식아동에게 급식 대체식으로 전달한 간편 식품. /지역아동센터
▲ 경남 한 지역아동센터가 한 끼 4500원 지원금과 후원금을 보태 결식아동에게 급식 대체식으로 전달한 간편 식품. /지역아동센터

◇"급식 대체식 전달에도 한계" = 결식아동은 기초생활수급·차상위계층·한부모·다문화·기준중위소득 52% 이하 가정의 18세 미만 아동이다.

경남 도내 아동급식지원사업 대상은 2만 7275명으로, 이 중 지역아동센터 이용자는 6898명(265개소)이다. 나머지 2만여 결식아동은 아동급식카드 또는 상품권으로 한 끼 4500원을 지원받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단체 생활을 하는 지역아동센터도 휴원하고, 118개 소에서 803명만 긴급 돌봄하고 있다. 나머지 6000여 명 센터 이용자에게는 도시락, 즉석 식품 등 대체식으로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창원 ㄱ 지역아동센터는 33명 이용자 중 긴급 돌봄을 신청한 아동이 없어 일주일에 두 번 다양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배달하고 있다. 혼자 먹어도 잘 먹을 수 있고, 아이들 입맛까지 고려하면 간편식 위주로 준비할 수밖에 없다.

ㄱ 지역아동센터장은 "이용 아동들이 센터로 직접 받으러 오기도 하지만, 연락이 안 돼 집으로 배달을 가면 정오까지 자고 있다. 한 끼라도 제대로 챙겨 먹으라고 당부하지만, 물어보는 것밖에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센터를 오지 못하는 아동에게 제대로 된 한 끼 도시락을 전달하고 지켜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통영 ㄴ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급식종사자가 있는 곳이 드물어 돌봄 교사들이 매일 조리해 도시락을 배달한다는 건 어렵다. 대부분 지역아동센터는 아동이 집에서 자체적으로 끼니를 해결하도록 일회용, 즉석식품, 부식 재료 등을 한꺼번에 전달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보나 지역아동센터 경남지원단장은 "결식 아동에게 영양상, 심리적으로 충분한 지원이 되려면 학교 대신 이들을 실제로 관리하고 있는 센터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급식 관련 지원은 1인 한 끼 4500원이 전부다. 조리원 인건비 지원이 없어 노인일자리사업 종사자, 자원봉사, 현장실습 대학생들이 도왔는데 이들이 찾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센터 차량이 없으면 돌봄 교사 개인 차량으로 대체식을 배달해야 하지만, 주유비 등을 비용 처리할 근거도 없다.

김 단장은 "센터 방역을 강화하라고 하면서도 지원은 없어 민간 소독업체 후원 등으로 자체 해결하고 있다. 이런 세심한 추가 지원이 잇따라야 이용 아동 관리가 더 세심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 경남 한 지역아동센터가 한 끼 4500원 지원금과 후원금을 보태 결식아동에게 급식 대체식으로 전달한 간편 식품. /지역아동센터
▲ 경남 한 지역아동센터가 한 끼 4500원 지원금과 후원금을 보태 결식아동에게 급식 대체식으로 전달한 간편 식품. /지역아동센터

◇"한 끼 4500원으로 식당 못 가요" = 지역아동센터 이용 아동은 그나마 일상이라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1일 한 끼 4500원을 현금으로 지원받는 2만여 결식아동 상황은 더 열악하다.

한 끼 지원액은 식당 1인 밥값 7000원, 8000원에 턱없이 모자라 결식아동은 매번 편의점에서 간편식을 먹거나, 모아서 한꺼번에 사용해 이용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결식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한 끼 식사 비용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거나, 현 상황에서는 하루 2끼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자체는 지금도 지원을 확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 여성정책과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결식아동은 학기 중에는 주말과 공휴일만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개학이 연기된 현재 사실상 방학으로 간주하고 지자체에서 평일과 주말 모두 중식을 지원하고 있다. 두 끼 지원은 지자체 상황과 타 지원 정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한 끼 지원 비용은 5000원으로 인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개학 연기로 결식 우려되는 아동에게 '긴급 급식'을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는 또다시 개학이 2주 연기된 지난 16일부터 결식아동 긴급 급식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급식비는 기존대로 1식 6000원이지만, 하루 최대 3식을 지원한다. 또 기존 결식아동 지원을 받지 않아도 보호자나 교사, 사회복지 담당자가 긴급 급식 지원을 요청하면 절차를 거쳐 카드를 발급해준다.

밥 문제 못지않게 돌봄 공백이 생긴 결식아동의 놀이 지원도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은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옹호센터 팀장은 "성장기 아동에게 놀이도 밥과 같이 중요하다. 부모가 놀이를 개발하고 학습을 지도할 수 있는 일반 가정과 달리 이 아이들은 부모 없이 집 안에 방치돼 있다. 즉석밥 지원 이상으로 집 안에서 노는 방법을 지도하고 놀잇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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