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디션 재정비 환영 목소리
노장 선수 중심 허탈감 표출
출전권 배분 방식 이목집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장이 24일 밤 도쿄 올림픽 1년 연기에 합의하면서 곳곳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경남 도내 올림픽 출전 경험자들은 한결같이 "선수 건강을 위해서 올림픽 연기는 잘된 일"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올림픽 출전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는 선수도 생길 수 있고, 새로 커 오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회 균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냈다.

경남 도내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된 산악연맹 천종원(24)은 25일 오전 통화에서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손 놓을 일은 아니다"며 "더 열심히 하고, 내년에 대표 선발이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선발될 수 있게 준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88 서울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했던 박병기 전 경남요트협회 전무는 "선수 안전이 최우선이고, (코로나19로) 훈련에도 지장이 있었기에 연기는 잘됐다"며 "특히 우리나라 요트는 1인승 2종목에서 아시아권에서는 최상위급에 올랐고, 세계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해가고 있는데 1년 시간을 번 것이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에 적을 두고 있는 선수 중에서는 카누 이순자(42) 김국주(32·이상 경남체육회)가 대표선수 선발에 가장 근접해 있었다. 이순자는 이번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에서 은퇴할 생각으로 2년 전부터 준비를 해왔다. 내년에도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다시 올림픽 대표로 선발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임용훈 경남카누협회 전무는 "선수 처지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다"며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연기되면서 처음에는 선수들이 동요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내 덤덤하게 받아들이더라"고 전했다.

▲ 25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시청 외벽에 붙어 있던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알림판이 철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 25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시청 외벽에 붙어 있던 도쿄올림픽 성화 봉송 알림판이 철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1월 30일 아시아선수권대회 겸 올림픽 예선전에 대비해 태국 파타야로 출국했다가 발이 묶였다. 2월 26일 개최 예정이던 대회가 3월 26일로 1차 연기됐고, 다시 4월 26일 개최로 연기된 데 이어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라 대회가 취소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입국했다가 다시 출국하기도 어려워 지금까지 태국에 머물다가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입국 후에는 2주간 자가 격리 예정인데, 입국하기 전 임 전무와 대화에서 집에서 운동할 수 있게 운동기구를 미리 집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4년 전 리우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 중 현재 경남에 적을 두고 있는 선수는 육상 변영준, 사격 권준철 김은혜, 역도 한명목 박한웅, 유도 박지윤, 체조 유원철 등이 있다.

구영진 창원시청 육상 감독은 "지금은 육상에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점이어서 선수에 따라 올림픽 연기에 대한 호불호가 엇갈릴 것"이라며 "2020년 7월이라는 목표 시점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 모든 것을 준비해온 선수에게는 상실감이 클 것이고 커오는 젊은 선수들은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영준은 34세라는 나이가 부담스러워 이번 올림픽은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10mH 김병윤(창원시청)은 새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 신기록을 보유한 김병윤은 자신의 최고 기록만 보여준다면 올림픽 출전이 유력했지만, 자신의 기록을 뛰어넘는다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1년 더 주어진 기회가 고마울 법도 하다.

선수로 2번, 지도자로 1번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김순희 경남도청 역도 코치는 "우리 팀에서 한명목 정기삼 강윤희가 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는데 1년 미뤄지면서 34세인 정기삼이 타격이 크다"며 "올림픽 출전권 배분 방식이 달라져 선수 본인이 스스로 국제대회에 나가 출전권을 따와야 하는데 나이 들어가는 게 서러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지구인의 축제'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촉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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