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일본정부 정상개최 강조
차질 땐 막대한 손실 불가피
양측 소송전 대비 '명분 쌓기'

전 세계적 유행(팬데믹)을 보이는 코로나19 앞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도쿄올림픽 정상 개최 강행을 두고 서로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

IOC는 17일(현지 시각) 성명을 내고 "IOC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전념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어떠한 극단적 결정도 할 필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개최한 IOC는 "4개월이나 남은 도쿄 올림픽에 대해 어떤 극단적 선택도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도 전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G7 정상회의에 참여한 후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것에 대해 G7의 지지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막대한 손실

이처럼 도쿄 올림픽 연기나 취소는 물론, 무관중 경기마저 거부하는 속내에는 막대한 비용에 대한 책임 떠넘기기가 자리하고 있다.

AP통신이 지난 11일 예측한 도쿄 올림픽 비용을 보면 IOC는 보험에 들어 있어 큰 손실을 보지는 않을 전망이다. IOC는 2016년 리우올림픽 때 1440만 달러(173억 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1280만 달러(153억 원)를 보험료로 냈다. 도쿄 올림픽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를 바탕으로 만약 올림픽이 취소되더라도 IOC는 보험사로부터 손실 비용의 많은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14~2020년 올림픽 공식 중계권을 가진 미국 NBC는 IOC에 중계권료로 43억 8000만 달러(5조 원)를 지불했다. 회당 평균 10억 9500만 달러(1조 30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취소되면 이 돈을 날리게 될 뿐만 아니라 막대한 기대 광고수익도 날아간다. 하지만 NBC는 IOC에 소송을 벌여 회수할 가능성도 있는 데다 역시 보험을 들어놨기에 큰 손해는 보지 않을 전망이다.

IOC나 NBC와 달리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진다. 연기해 올해 안에 개최한다고 하더라고 일본 경제 성장률까지 떨어뜨릴 전망이다. 조직위는 올림픽 준비를 위해 공식적으로 126억 달러(약 15조 원)를 지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민간에서 투자한 것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숫자다.

세 주체 중 가장 큰 손실을 보는 데는 결국 조직위다. 아베 총리나 조직위가 위험 부담을 안고도 정상 개최에 목매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결국, 취소됐을 때 누구 책임이냐를 두고 서로 소송전이 벌어질 경우 유리한 위치에 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정상 개최하려 했는데 저쪽에서 취소했다'는 유리한 정황을 만들려는 '명분쌓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선수들은 어쩌라고

IOC는 회의에서 오는 6월 30일까지 종목별 선수 선발을 마무리하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을 시작해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18일 현재 경남 도내 선수 중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선수는 단 1명에 그친다. 산악연맹 천종원이다. 카누 김국주는 선발 가능성이 유력한데 이달 말 열릴 예정이었던 대표 선발전이 다음 달 말까지 열릴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대한민국이 올림픽에서 많은 메달을 따는 태권도, 유도, 레슬링, 복싱 같은 투기 종목은 국내 대표 선발전뿐만 아니라 나라별로 출전권을 배분(쿼터)하는 세계 대회도 전부 멈춘 상태다.

양궁은 올림픽 쿼터를 확보했지만 지난 8일 시작할 예정이던 국가대표 선발전이 무기한 연기됐다.

축구나 야구 같은 단체경기 종목은 쿼터를 확보했지만, 대표팀 소집 자체가 어렵다. 충분한 훈련을 통해 조직력을 다져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으면 부담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되고 당장 다음 달부터 쿼터 배분을 위한 국제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더라도 3개월 안에 쿼터 배분과 국가별 대표 선발까지 모두 치르기에는 일정이 촉박하다.

여러 여건은 최소한 연기, 아니면 취소를 할 수밖에 없게 내몰리고 있다. 하지만 4년 동안 올림픽 출전을 위해 땀 흘려온 선수들에게 대회 취소는 큰 상실감을 준다. 체육계에서 4년은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기간이다. 자라나는 어린 선수들에게 밀려 대표선수로 선발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흘려보내는 IOC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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