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 황산벌 전투 앞둔 계백, 우리나라 무예 기본정신 일깨워
작가 사료 조사·현장 탐사 돋보여…제1회 무예소설문학상 대상 수상

무협도 아니고 판타지도 아닌 무예소설이다. 창원에서 활동하는 김문주 작가의 장편소설 <백제신검>. 동화를 주로 쓰는 작가다.

<왕따 없는 교실>, <똥 치우는 아이>, <바다로 간 깜이> 등 출간한 장편동화만 열 권이다. 그리고 드문드문 역사소설을 썼다. 화랑 이야기를 담은 <랑>, 백제 의자왕이 주인공인 <부여의자>가 있다.

이번 <백제신검>은 지난해 제1회 무예소설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삼국시대 무예인 계백을 중심으로 백제의 마지막 5년 동안 벌어진 일을 다뤘다.

"공들인 사료 섭렵과 현장 탐사의 결실로 이루어진 역사소설이자, 무예의 본령을 정면으로 다룬 빼어난 무예소설"이란 무예소설문학상 심사평처럼 현실감 있게 잘 쓴 소설이다. 무예 대련이나 전투 장면이 실감이 나고 소설 속 장소들도 직접 찾아가 보고 싶게 잘 묘사됐다.

소설 제목 '백제신검'은 백제 칠지도를 보고서 작가가 지은 이름이다. 4세기에 백제 근초고왕이 왜왕에게 선물로 준 칠지도가 현재는 일본 국보로 지정돼 있다. 작가는 이 칼을 백제 정신의 상징으로 설정했다.

"칠지도! 백제에 하나뿐인 왕의 검이라고 전설처럼 들어보았을 뿐이다. 왕가에서 제사를 지낼 때 쓴다는 말도 있고, 백제를 섬기는 왜의 왕에게 은밀히 하사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87쪽)

"곧은 칼의 좌우로 가지 칼이 세 개씩 어긋나게 뻗어, 가운데의 긴 날과 합하여 모두 일곱 개의 칼날을 가진 칠지도. (중략) 칼날은 지혜롭게 날카로웠고, 칼이 벋어간 모양은 강건하고도 부드러웠다. 칼의 길이가 길어, 대에 꽂아 세우면 그 뜻이 하늘에 닿고, 일곱 방향의 땅의 백성들을 모두 아우를 만했다." (138쪽)

▲ 북리뷰-<백제신검>(김문주 지음)

소설에서 백제 의자왕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칠지도를 제작해 결전에 나서는 백제 최고의 무인에게 하사한다. 그가 계백이다. 계백은 황산벌 전투에서 5000명으로 신라 김유신이 이끄는 5만 군사에 맞선 장수다. 500명의 결사대로 첫 전투에 승리한 기록이 남아 있다. 소설 속 계백은 전투의 화신이 아니다. 그는 세속과 멀리하며 무예를 통해 자신을 완성하려 했던 수행자로 그려진다.

"무예란 적을 죽이기 위해 수련하는 기술이다. 실전에선 적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다. 그러나 계백은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순리를 행하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한다고 했다. 본의 아니게 신라와의 전투에 출전하여 공을 세웠지만 계백은 관직을 두 번이나 내려놓았다." (78쪽)

"전장에 나설 뜻이 없으면서 무예는 무엇 때문에 하십니까./ 무예를 전쟁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그저 무에 빠져 살면서 혼을 키우고 느끼는 일일세." (180쪽)

특히 소설에서 계백은 백제신검술이라는 무예 체계를 세우는데, 이 과정에 백제, 신라, 고구려의 무예가 하나로 연결된다. 이런 설정에 우리나라 무예의 기본 정신을 담아냈다.

"고구려의 무예는 거친 기마술이 전부처럼 보이나 그 기본은 자기수련에서 시작되었다. 가라은은 군사들에게 창검술을 가르치기 전 언제나 단전호흡부터 시켰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화랑까지, 자기수련을 강조하는 단군조선의 선도사상이 기본이 되었다는 계백의 의견에 가라은도 동감했다." (186쪽)

"계백은 세 사람의 무예에서 신라도, 고구려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하나의 땅, 순박한 백성들이 순리대로 살아갈 평화로운 땅일 수는 없는가, 벅찬 감격이 솟아올랐다." (219쪽)

이런 맥락에서 마지막 황산벌 전투에서 감동적인 부분은 계백의 장렬한 전사 장면이 아니다. 5만 대 5000이란 수적 열세에도 단전호흡으로 심신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결기를 다지는 백제 무사들의 모습이다.

"무사들이 진영을 정리하고 군사들의 대열을 맞추고 있었다. 그리고 사천여 명의 군사들이 앉아 단전호흡을 했다. 심신을 가다듬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함께 백제신검술의 기본 신술(맨몸 기본동작)을 펼쳤다. 손짓 하나 발걸음 하나가 단정하고 힘이 넘쳤다." (276쪽)

(사)한국소설가협회. 286쪽.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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