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국민건강보험 가입돼 있지 않아 정부 지원 제외
유학생은 내년까지 보험가입 유예…"도, 대책 마련해야"

경남에 체류 중인 외국인 상당수가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이용하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ㄱ(30) 씨는 지난 12일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섰다가 퇴짜를 맞았다. 국민건강보험 미가입자에게는 판매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4년 넘게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였다가 다섯 달 전 자격을 잃었다. 김해 장유에 있는 한 공장에서 산업재해를 당해 일을 쉬게 된 까닭이다. 지역가입자 신청을 해 봤지만, 자격이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산재보험을 적용받는 동안 제조업 취업비자(E-9-1)가 치료요양비자(G-1-10)로 바뀌어서다. 국내법에 따르면 이 비자 소유자는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외국인이 약국·우체국·하나로마트 등 공적 판매처를 이용하려면 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이 필요하다. 단, 약국은 외국인등록증만 있어도 가능하다. 외국인등록번호를 국민건강보험 수진자자격조회시스템에 조회하면 보험 가입 여부를 알 수 있어서다.

문제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외국인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출국날짜를 어긴 초과체류자들은 물론, 합법체류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농업(E-9-3), 혹은 어업(E-9-4) 취업비자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베디 여거라지 경남이주민연대 상임대표는 "사업자등록이 안 된 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특히 농수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지역가입자로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체류하지 않은 사람들은 건강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마스크를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한 자녀의 육아를 돕기 위해 방문 동거(F-1) 자격으로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부모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외국인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가 되는 데 필요한 체류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지난해 7월에는 6개월 이상 체류하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단기간 가입해 고액 진료를 받고는 출국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6개월이 되기 전에는 무슨 수를 써도 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대부분의 외국인 유학생(D-2, D-4) 역시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이용할 수 없다. 복지부는 6개월 이상 체류한 유학생들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을 2021년 2월까지 유예한 바 있다. '단체로 민간보험을 들었다가 갑자기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보험료 부담이 크다'는 교육부와 여러 대학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모든 외국인 유학생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내년 2월까지 건강보험 신규가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남대는 "기숙사 밖 유학생들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며 "중국 협력대학에서 보내주는 물량과 비축량을 활용해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도 사각지대를 메우려는 노력은 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비축한 마스크를 도내 이주민센터, 노인복지시설 등에 공급해 왔지만 이제 물량이 없다. 마스크 문제는 정부가 100% 관리하고 있어 지자체가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인 대책은 없다. 그런 분들은 민간에서 마스크를 구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수베디 상임대표는 "안산시 외국인주민 조례는 '재해, 질병으로 긴급 구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적 지위도 묻지 않고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경남도도 비슷한 규정을 만들어 정부 정책 사각지대를 메울 법적 근거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