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고향 출마를 놓고 미래통합당 지도부·공천관리위원회와 몇달을 실랑이 벌였던 홍준표·김태호 전 경남도지사를 비롯해, 현역인 이주영(창원 마산합포)·김재경(진주 을)·김한표(거제)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이 중 컷오프를 피할 비교적 확실한 길이 있던 사람은 김태호 전 지사다. 서울지역 험지 출마나 불출마 외에 제3의 선택지가 없었던 다른 사람과 달리, 창원 성산이라는 감당 가능한 대안이 공관위로부터 제시됐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016년 당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공천 파동 때 당 최고위원으로서 책임이 있긴 하지만, 2018년 경남지사 선거에 나서 선전하는 등 나름 이미지가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다 지난해 창원 성산 보궐선거 결과와 이 지역 4·15 총선 구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승부였다. 무엇보다 보수진영 입장에서 험지 중 하나인 성산에서 이긴다면 대권 도전 등 새로운 미래가 그에게 펼쳐질 수 있었다.

김 전 지사는 그러나 끝까지 고향을 고집했다.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무소속으로 당선되기 어려울뿐더러 가까스로 이겨봐야 그를 반기는 사람은 통합당에 없을 것이다. 지면 그걸로 정치생명 끝이고 승리해도 대선 같은 건 바라볼 수 없다. 이제 큰 꿈 따위는 접고 고향에서 소박하게 '생계형 정치인'으로 살려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김 전 지사는 통합당 공천 과정 내내 "이제 와서 어디로 가란 말이냐"고 항변했다. 홍준표 전 지사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는데, 고향 출마라는 손쉽고 구차한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양산 을에 출마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2012년 도지사 사퇴 및 대선 낙마 이후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도 김포에 자리 잡아 결국 두번 도전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김 전 지사와 홍 전 지사에게도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더 구차해지기 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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