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픈 사람 없었으면"
약국 등 방역·운영 재개
생수·손소독제 기부 물결

경남에서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왔던 합천군은 소나기가 지나간 것처럼 조용했다. 25일 봄비가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었지만 한산한 거리는 좀처럼 변화를 실감하기에는 이른 감이 많았다. 거리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제 갈 길 가기에 바빴다. 점심때 손님들이 북적대던 맛집도 때아닌 비수기를 맞았다. 

"식당을 하면서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하루빨리 사태가 수습돼야 하는데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합천읍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한 주인의 시름은 깊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벌이진 이후 손님이 뚝 끊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시장이 휴장하고 지역 목욕탕도 다음 주까지 문을 닫는다고 했다.

벚꽃 마라톤 대회도 취소되고 대구를 오가는 버스도 감축운행에 들어갔다고 했다.

합천군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잠정적으로 모든 공중이용시설과 다중이용시설을 폐쇄한 상황이다.

▲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영업중지가 내려졌던 일부 가게들이 소독 후 보건당국 확인에 따라 운영을 재개했다. /김태섭 기자
▲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영업중지가 내려졌던 일부 가게들이 소독 후 보건당국 확인에 따라 운영을 재개했다. /김태섭 기자

◇폐쇄조치 시설 일부 문 열어 = 합천에서 연이어 확진자가 나오자 군은 이들이 다녀간 곳을 임시 폐쇄조치 했다. 좁은 지역에서 8명이나 되는 확진자가 발생한 만큼 이들이 다녀간 곳도 많았다. 슈퍼와 세탁소, 약국, 병원, 면사무소, 경로당, 금융기관 등이 줄줄이 폐쇄조치 됐고 출입 제한을 알리는 금줄도 쳐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문을 여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23일 세운할인마트·소정약국·왕비세탁소·가야면사무소·가야면 야천1구 경로당이, 24일에는 황강약국·세운건축인테리어·합천축협 365코너 ATM 시설폐쇄 조치가 해제됐다.

해제 조치를 받은 한 사업장 주인은 "방역을 해 감염 위험성이 없지만 막연한 두려움으로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며 "뜬소문 때문에 무턱대고 공포감 갖는 것은 잘못됐다. 지자체가 나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진정시켜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합천군청 김기수 기획감사관은 "합천 지역 코로나19 상황은 이번 주가 고비로 3차 감염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역현장 이어지는 온정 = 비가 오는 중에도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보건소에서 나온 직원들이 버스 승객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었다. 이처럼 방역 현장의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의 온정도 이어지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합천읍의 한 주민이 25일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보건소를 찾아 생수 500병을 전달했다. 군은 이 주민이 감염 위험성을 무릅쓰고 방역 일선에 나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생수를 전달했다고 했다. 같은 날 굿모닝 의료기 송근호 대표도 합천군에 손소독제 100개 87만 원어치를 전달했다. 송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돕는 것이 사태 극복의 지름길"이라고 전했다.

방역을 맡고 있는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글도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올라왔다.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는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유하며 "코로나19로 더는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방역 현장에 있는 이들을 응원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합천군청 공무원들이 비상근무 중인 가운데 김임중 경제건설국장은 "사태가 빠르게 진정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확진자 8명의 동선을 확인, 접촉한 주민을 중심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번 확진자와 접촉한 가야면 22명 마을 주민과 관련해 "대부분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까지 별다른 증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고령층 인구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대구 지역 병원을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지원할 진료대책도 함께 세우고 있다. 지역사회가 차분하게 대처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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