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국민 변화 열망 표출
여야 기대 내팽개치고 정쟁만
정부 지원-견제 '여론 팽팽'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국민은 많은 변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습니다. 불합리를 정상화할 제도를 만드는 입법권력 역시 그대로였습니다. 오히려 걸림돌이었다는 지적까지 받습니다. 촛불 염원을 이어받았던 정권은 국민 여망에 못 미쳤고, 보수여당 역시 대안이 되지 못했습니다. 한국사회가 과거로 회귀할지 미래로 나아갈지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당신의 한 수' 국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힘입니다. 총선을 50일 앞두고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짚어보는 기획을 6차례 걸쳐 싣겠습니다.

4·15 총선을 50여 일 앞둔 현재, 유권자들의 마음은 문재인 정권 심판이냐, 아니면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당 심판이냐로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진행한 총선 관련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45%)는 의견과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43%)는 의견이 대등하게 나타났다.

정부·여당 입장에서 긴장할 대목은 지난 1월 같은 갤럽 조사와 비교해 '정부 견제론'(37%→45%)은 상승하고 '지원론'(49%→43%)은 감소했다는 점이다. 정부 견제론과 지원론의 우위가 한 달 새 역전된 셈인데, 2018년 울산시장 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확산과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거부·방해 논란 등이 국민적 반감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 비판 칼럼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고발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를 둘러싼 여권 내 논쟁은 유권자, 특히 그중에서도 중도·무당층의 이탈에 기름을 붓는 일이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우리 당이 민심을 대하는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는지, 2016년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의 태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박용진 의원)는 자성이 쏟아졌고,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결국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더욱 낮고 겸손한 자세로 민생에 집중할 것"이라고 공식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 2016년 12월 10일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항의해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경남도민일보 DB
▲ 2016년 12월 10일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항의해 창원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경남도민일보 DB

옛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등이 뭉친 미래통합당은 고무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오만, '문빠'(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의 이성 상실 등을 바라보는 국민 마음속에는 정권 심판론만 불타오를 것"이라며 급기야 "우리 당이 이번 총선에서 1당이 되고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과 관련) 청와대가 몸통이라는 게 드러나면, 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했다.

통합당의 이런 공격적 태도는 그러나 또 다른 역풍을 부르고 있다. 불과 3년 전 자신들이 세운 정권의 국정농단으로 탄핵을 당한 세력, 비타협적 정국 운영으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간 책임이 있는 세력이 과연 '탄핵' '심판'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국정 발목잡기와 개혁 방해만 해놓고, 위장정당(미래한국당)으로 비례대표 의석만 늘려서 한다는 일이 말도 안 되는 탄핵 추진이라니, 이는 촛불혁명과 지난 대선에 불복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정쟁이 아니라 코로나19 극복과 민생경제 구하기에 모든 정당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성토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비례 위장정당 문제 역시, 인적 쇄신 등을 통해 거듭나려는 통합당의 혁신 의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강민진 정의당 대변인은 "그야말로 퇴행적이고 반정치적인 망동의 연속"이라며 "미래통합당은 한쪽에서는 뭉치면서도 한쪽에서는 쪼개 위장정당을 만드는 것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과거 지향 수구세력에 남은 것은 국민들 준엄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현 시점은 정부·여당이나 보수야당 그 어느 쪽도 국민에게 뚜렷한 믿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 불신과 환멸을 부른 책임으로부터 "우린 당당하다" 말할 수 있는 세력은 어디에도 없다.

국민들은 4월 15일 투표일 직전까지 계속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창 진행 중인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낡고 무능하고 편협한 정치인을 얼마나 솎아내는지, 또 반대로 새롭고 유능하고 유연한 정치인을 얼마나 발탁하는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전국적 대확산이 우려되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각 정당이 어떤 자세로 대처하는지, 혹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사태를 왜곡하거나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정치 이슈 외에도 고용·소득·집값 등 악화일로의 민생경제 또한 유권자 표심을 가를 핵심 변수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출범한 '일자리 정부'가 문재인 정권이었지만, 국민들 평가는 싸늘하다.

통합당 등 야권은 이에 정부 경제정책 대전환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뾰족한 대안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통합당이 지난달 총선 1호 공약으로 내놓은 '탈원전 정책 폐기' '노동시장 개혁' '재정건전성 강화' 등은 '문재인 정부 반대만을 위한 공약'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과 다름없는 재탕·삼탕 공약'으로 혹평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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