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등 대면 접촉 많지만
마스크 지원 안 돼 불안 호소
"소비자 안전 직결되는 문제"

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 속에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외면받고 있다. 이들은 사측이나 정부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다.

대면 접촉이 불가피한 택배기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마스크 착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을 찾던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하면서 택배기사들의 업무량은 크게 늘었지만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많은 물량에 시간과 싸움을 해야 하는 택배기사들은 마스크를 구매하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지난 21일 만난 택배기사는 경남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회사에서 마스크 지급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메르스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안전대책에서 외면받고 있다. 누구도 우리 안전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마스크를 하루에 수백 개씩 배송하지만 마스크 구경은 요원하다. 그나마 사비로 사 쓰는 사람들도 며칠씩 마스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나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전국적으로 23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 지원 대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치우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들의 불안한 고용 형태와 열악한 노동 복지는 더 도드라지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신분상 개인사업자다.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얻지만 월급이 아닌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일이 끊기면 수입이 줄어들며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유급휴가·휴업수당이 없다.

현장 안전대책도 미흡하다. 택배사들은 배송기사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배송 방식을 고수하라고 당부하는 데 그치고 있다. 안전물품 지급도 안전교육도 없는 상태다.

▲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차별없는 대책 마련 요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교동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차별없는 대책 마련 요구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성욱 민주노총 전국택배연대노조 경남지부장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정책은 볼 수 없다. 마스크를 쓰고는 있지만 모두 개인 사비로 구매한 것들"이라며 보호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김태환 전국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택배사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업체가 마스크 등 안전물품을 지급하지도, 안전교육을 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동자 건강권이 곧 소비자 안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는 직업 특성 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물건을 만지고 그 물건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며 "신천지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에도 택배노동자들이 간다. 이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손을 세정하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고용직에 속하는 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들과 근거리에서 대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더 민감하다"며 "정부는 차별 없이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한 택배기사는 "집 앞까지 가더라도 문제다. 시간에 쫓겨 배송물품을 들고 뛰어다녀야 하는 직업 특성상 체력적 부담이 가중된다. 숨이 차올라 마스크를 잠깐 벗거나 내리고 물건을 전달할 때면 확진자를 바라보듯 경계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며 "소비 패턴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 같다. 회사에서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불안한 배달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사업장 지침을 배포하는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산업안전법상 보호받는 대상이다"라면서도 "지침은 권고사항일 뿐이다. 사업주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