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부부·사랑·행복·죽음...인생에 화두 던진 작품 4편

경남 연극인들의 대표 축제 제38회 경남연극제가 다음 달 6일에서 17일까지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다. 도내 각 지역 11개 극단이 참여해 경연 형식으로 진행된다. 도내 극단들이 일 년 중 가장 신경을 써서 만든 작품을, 그것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으니 관객으로서도 좋은 기회다. 미리 내용을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도록 출품작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 한국 연극의 변함없는 주제, 결혼·부부 관계 등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연극들이다.

▲ 거제극단 예도 <크라켄을 만난다면> /경남연극제
▲ 거제극단 예도 <크라켄을 만난다면> /경남연극제

◇<크라켄을 만난다면>(거제 극단 예도, 작 이선경, 연출 이삼우) = 3월 9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요즘 사람들 참 열심히 산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돈을 많이 벌면 우리 삶은 성공한 건가? 그렇게 되면 우리는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으로 시작된 작품이다. <크라켄을 만난다면>은 직장 생활을 열심히 하는 착실한 아빠와 그 가족들이 어느 날 불행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거대한 바다 괴물 크라켄은 이 작품에서 평온한 일상 속 갑자기 찾아온 불행을 상징한다. 굳이 특별하지 않아도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면서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운다.

▲ 창원극단 미소 <꽃신>의 한 장면. /경남연극제
▲ 창원극단 미소 <꽃신>의 한 장면. /경남연극제

◇<꽃신>(창원 극단 미소, 작·연출 장종도) = 3월 14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치매 걸린 엄마와 딸의 이야기라니, 미리 눈물을 흘릴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옥련은 요양병원에 보내라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에도 3년째 치매를 앓는 엄마를 모시고 산다. 그러다 남편마저 암에 걸리면서 견딜 수 없는 나날들이 시작된다. 그러다 결국 엄마에게까지 모진 말을 쏟아내고 만다. "요즘 세상이 점점 삭막해져 감을 느낀다. 하나보다는 둘, 둘보다는 셋이 분명히 더 나을 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삭막해져 가는 현실에서도 영원히 삭막하지 않을 단어. 엄마, 어머니. 이번 공연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단어다."

▲ 마산극단 상상창꼬 <있는 듯 없는 듯 로맨스> /경남연극제
▲ 마산극단 상상창꼬 <있는 듯 없는 듯 로맨스> /경남연극제

◇<있는 듯 없는 듯 로맨스>(마산 극단 상상창꼬, 작 김정희, 연출 김소정) = 3월 12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제목 '있는 듯 없는 듯 로맨스'는 결혼 생활을 표현한 것이다. 작품은 여름휴가지에서 운명처럼 만나 낭만적으로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다. 결혼 후 회사 업무에, 육아에, 가사에 서로 지친 부부는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진다. "누구 할 것 없이 결혼 후 몇 년 동안은 참으로 무지막지하게 싸운다. 한때 열렬히 사랑한 사이였다는 걸 망각이라도 한 듯 처절하게. 사실 몇십 년을 다르게 살던 남녀가 동거하면서 각각의 생활방식에 부딪혀 갈등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어쩌면 결혼은 열정적인 사랑으로 시작한 결혼 생활이 길고 따뜻한 사랑으로 안착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 함안극단 아시랑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경남연극제
▲ 함안극단 아시랑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 /경남연극제

◇<복사꽃 지면 송화 날리고>(함안 극단 아시랑, 작 손기호, 연출 손민규) = 3월 15일 오후 7시 30분 통영시민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오랜 세월 함께한 부부를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내용이다. 시골마을에 50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있다. 이웃에는 이들 부부와 티격태격하는 다른 부부가 살고 있다. 어느 날 이혼을 앞둔 아들이 노부부를 찾아온다. 아들은 죽음을 앞둔 할머니와 부모님, 이웃 부부를 보며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시간 속에 우리가 있는 게 아이더라, 인연이 만들어 가는 게 시간이더라. 인연 안에 다 있더라. 인연은 내가 우째 하는 게 아이더라."

생명이 피어나는 따뜻한 봄날에 삶과 죽음, 그리고 인연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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