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가 주요 사건 좌지우지
추미애 장관 제도적 통제 강조
윤석열 총장 사실상 반대 의견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 엇갈려

법무부 장관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고 하자 검찰총장은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며 맞섰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은 검찰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수사는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어떤 사건에 대해 범죄로 의심되는 혐의를 입증하고자 증거를 모으는 활동이다. 예를 들면, 횡령 혐의가 있으면 계좌 이체내역을 추적한다든지 등이다. 기소는 수사를 토대로 '재판에 넘긴다'는 뜻이다.

수사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면, 재판에 넘겨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유죄냐 무죄냐는 법원이 결정하는 것이다.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는 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대화하는 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검찰 독단·오류 방지"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의 판단 주체를 분리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이 사회적 관심을 끄는 중요사건을 직접 수사해 기소할 때 중립성·객관성 논란이 많았고,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 문제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수사에 착수한 사람이 결론을 내버리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며, 수사와 기소 주체를 달리하는 제도를 통해 좀 더 피의자 인권을 보호하고, 검찰의 독단과 오류를 방지하도록 내부 점검 방안을 더 찾아보자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수사·기소 주체 분리를 일선 검사와 사회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시범·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21일 전국 검사장을 만나 회의를 하기로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나온다. 진혜원 대구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는 페이스북에 "검사 결재라인 외에도 시스템에 의해 기소를 검토하는 단계가 추가되면, 수사 검사 스스로도 더 엄격해질 것이고 기소하는 검사는 객관적 입장에서 기록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썼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 내곡동 사저 사건'과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명예훼손 무죄' 등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분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대표적 사례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19일 페이스북에 "이명박 내곡동 사건 수사팀은 기소의견이었으나, 총장 등 수뇌부가 불기소하라고 해서 혐의없음 결정을 했다가 특검을 통해 유죄로 확정됐다. PD수첩 사건도 담당 검사는 무혐의 의견이었으나 역시 수뇌부가 기소 의견이어서 수사팀을 교체해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이 났다. 결국 수사는 수사검사가 하지만 기소 여부는 검사장이 결정하게 된다. 검찰의 현실이다"라며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검찰 수뇌부의 현상 유지론이다"라고 썼다.

▲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 중인 윤석열(맨 왼쪽) 검찰총장. /연합뉴스
▲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이동 중인 윤석열(맨 왼쪽) 검찰총장. /연합뉴스

◇"사건, 누가 책임지나" =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비공개로 진행한 검사 간담회에서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추 장관의 방안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는 평가다.

윤 총장은 검사는 국가와 정부를 위해 소송을 하는 사람으로 소송 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또 재판에서 직접 심리한 판사가 선고하는 것을 비유하며 "수사와 재판에 피의자를 넘기는 소추는 한 덩어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는, 수사한 검찰이 사건을 가장 잘 알기에 책임지고 기소하면 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또한,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분리되면 무죄 선고 등에 대해 누가 책임질 건지 불분명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지난 1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추 장관의 수사와 기소 분리 방안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 검사는 "검사는 소추기관이다. 소추기관인 검사는 공소의 제기나 유지뿐만 아니라 수사의 개시 단계부터 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17일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도 추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었다. 추 장관이 일본 검찰의 낮은 무죄율이 내부 통제의 모범 사례라고 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차 검사는 "일본은 소극적 기소 관행으로 법원을 '유죄 확인 장소'로 만든다는 비판을 일으키고 있다"며 "유학 시절 각국 법조인과 만나 우리나라 검찰의 무죄율은 1%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는데, 미국·유럽 등 다른 법조인은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표정을 비춘 적 있다"고 했다. 무죄율이 낮다고 해서 형사사법제도가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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