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땐 해당 전문가 의견 귀 기울이고
혐오·과도한 불안 대신 손 한 번 더 씻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과 관련한 불안이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불안은 혐오와 차별을 낳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혐오 바이러스'라는 말도 들린다. 넘쳐나는 가짜뉴스는 불안을 더욱 깊게 한다. 혼란을 틈타 마스크 판매 사기와 같은 범죄도 일어난다.

가짜뉴스를 걸러내려면 전문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누가 전문가일까. 단순히 높은 자리에 있다고 해서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도 모두가 '감염' 전문가인 것은 아니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감염병 관리는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그들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응급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를 처나 청으로 독립시키자는 이야기가 예전부터 나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몇 년 전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화 <부산행>이 흥행했다. 그중 몇몇 장면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연결되며 회자된다. 예를 들면 안전한 기차 칸에 있던 사람들이 좀비와 사투를 벌이고 온 일행들에게 감염됐을지도 모르니 자기들 칸에서 나가라고 하는 장면 등이다. 중국 교민들을 데려와 격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반대시위를 벌이는 모습 등 지금 보이는 '혐오'는 <부산행> 속 인간성의 밑바닥을 보여줬던 모습들이 영화적 극적 장치가 아니라 실제 사회를 투영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어로 이야기하는 사람만 보여도 SNS에 글을 올리고 불안해하는 등 막연한 혐오를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응급상황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민낯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종 코로나 발생 추이는 중국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신종코로나감염증 중앙임상 TF팀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증도가 사스나 메르스보다 떨어지고, 중증질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감염병은 중증도도 중요하지만, 전파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는 메르스에 비해 한 사람이 감염시키는 환자 수가 적다. 그럼에도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이유는 '세대기'가 짧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대기는 첫 환자가 2차 환자를 만들어내고, 2차 환자가 3차 환자를 만들어내기까지의 시간으로, 세대기가 짧을수록 전염병이 더 빨리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와 같은 개인적인 노력이다. 학교를 휴교하는 것은 좀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수족구 등 전염병에 걸려 학교에 보내지 않은 아이를 학원이나 키즈카페에 보내는 부모를 우리는 종종 봐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대비는 과할 정도로 해야 하지만, 과도한 불안은 경계해야 한다. 남을 혐오하고 불안해할 시간에 손을 한번 더 씻자. 혐오 바이러스를 씻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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