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전시용으로 도입
심한 노후화에 군민 외면
해군 "해체 후 폐선 처리"

고성군이 오랜 골칫거리 하나를 해결했다.

군은 16일 오후 당항포관광지에서 해군 퇴역함 '수영함' 인도 행사를 했다. 효용가치도 없는 퇴역함을 가져와 관광지에 정박시켜 둠으로써 혈세 낭비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시용 함정을 다시 해군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4080t급, 길이 99.6m, 폭 15.3m, 높이 23m 규모 중형 상륙함인 수영함이 당항포에 오게 된 것은 지난 2006년이다. 1944년 미국에서 건조돼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상륙작전 등에 투입됐다가 2005년 12월 퇴역한 이 함정을 고성군 해군교육사령부유치단이 관람용으로 대여를 추진해 이듬해 해군군수사령부로부터 무상 대여받았다.

군은 당항포관광지 이순신 테마공간에 안보문화 홍보와 어린이병영체험용으로 활용하고자 도입했으나, 그때부터 전시 가치가 떨어지는 노후함정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군은 수영함을 대여받아 도장작업과 내부 수리 등 새롭게 단장해 일반에 공개했지만, 군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애물덩이가 됐다. 방문객 통계를 내지 못할 만큼 전시 실적이 저조해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다. 결국, 2017년 안전진단에서 전시 부적합 판정을 받아 잠정 폐쇄했지만, 지난해 폐유 90t 처리에 든 비용까지 포함해 유지·보수에만 13억 4000여만 원이라는 혈세만 낭비한 셈이 됐다.

이에 군은 2018년 해군군수사령부에 반납 처리를 요청했다. 애초 계약한 전시기간은 2020년까지였지만, 더는 활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해군 측도 이를 수용했다. 이후 선체 안전진단과 매각 입찰 등 행정절차를 마치고 이날 인도식을 함으로써 오랜 골칫거리 하나를 털어냈다.

▲ 고성군이 16일 오랜 골칫거리였던 당항포관광지 해군퇴역함 '수영함'(왼쪽)을 다시 해군에 돌려보내는 인도 행사를 열었다. /고성군
▲ 고성군이 16일 오랜 골칫거리였던 당항포관광지 해군퇴역함 '수영함'(왼쪽)을 다시 해군에 돌려보내는 인도 행사를 열었다. /고성군

이날 인도식에선 수영함과 계류장을 연결하는 정박용 밧줄을 절단하는 이색적인 행사를 했다. 군은 '과거 잘못된 정책 추진 등 행정 관행을 끊어내겠다는 백두현 군수의 의지를 반영한 이벤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두현 군수는 인도식에서 수영함이 전시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2017년 당시 그해 사자성어로 선정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상기시켰다. 파사현정은 그릇된 생각을 버리고 올바른 생각이나 행동으로 나아간다는 불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백 군수는 "돌이킬 수 없음에도 구태여 돌이켜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그를 거울삼아 새로운 내일을 그리기 위함"이라며 "고성군 모든 공직자는 올해를 명분이 있는 일에는 소신 있게 대처해나가고 과거 악습을 끊어내는 원년으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 측은 수영함을 전남 목포로 가져가 해체작업을 거쳐 폐선 처리할 예정이다. 또한, 수영함과 함께 전시됐던 상륙장갑차도 이날 해병대군수단으로 반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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